요동치는 미중 희토류 공급망… 시선은 APEC 정상회의로
미중, 첨예한 대립 속 대화 의지 피력… APEC 정상회의 만남 '주목'
정연 기자
1,745
공유하기
![]() |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국내외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미국도 100% 추가 관세 등 탈중국 대응에 나서면서 양국 무역전쟁 수위가 높아졌다. 양국 모두 협상 의지도 함께 내비치고 있어 이달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기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희토류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 간 무역전쟁은 중국 상무부가 지난 9일 희토류 및 관련 기술 통제 조치 카드를 꺼내면서 재점화됐다.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전략 자원이지만, 공급망 전반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수출을 통제할 경우 미국 첨단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방산, 우주항공 등의 산업이 모두 희토류 공급망 영향권에 놓여 있다.
미국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조치에 반발하며 다음 달 1일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 관세 100%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고위급 관계자들도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중국 대 전 세계의 문제"라며 "중국은 자유 세계 전체의 공급망과 산업 기반을 향해 바주카포를 겨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탈중국 정책에도 속도가 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가 희토류를 비롯한 국가 전략산업에 향후 10년간 1조500억달러(약 214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의 갈등이 첨예한 상황 속 JP모건이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미국의 희토류 독립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러한 상황속에 이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양국은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대화 의지를 지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3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말 미·중 간에 소통이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 역시 "두 나라는 중·미 경제 무역 협상 메커니즘의 틀 내에서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산업계에선 두 나라의 마찰을 두고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고 평가한다. 우선 양국 간의 갈등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시각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우리나라의 1·2 교역국이라 타격을 피하기 어렵단 전망이다.
수혜가 기대되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의 활약이 두드러질 거란 예상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금·은 등 귀금속,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함께 정제·생산하고 있다. 이 중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는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 금속으로 꼽혀 미중 무역 갈등이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달부터 안티모니 50톤을 미국에 수출하며 현지 공략에 나섰다.
류주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양국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해 날카롭게 나오는 것 같다"며 "정면 대결을 해봐야 두 나라 모두 크게 얻는 게 없기 때문에 마찰이 커지지는 않을 것 같고 (회의를 통해) 갈등이 일부 진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의 행보를 볼 때, 앞으로 협력보단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봤다. 류 교수는 "두 나라가 AI 산업 등을 두고 경쟁이 붙었기 때문에 협력을 공고히 하는 건 쉽지 않다"며 "중국도 미국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고 미국 역시 희토류·에너지 분야 독립 의지가 있는 만큼 각자의 길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