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21일 오전 대만 타이베이 오리엔탈 만다린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Q&A에서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남이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독주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말 경주시에서 개막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 '2025 APEC CEO 서밋'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인 '2025 APEC CEO 서밋'은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행사는 대한상의가 주관하며 의장은 최태원 회장이 맡았다.

행사 참석을 위해 글로벌 기업 CEO 1700여명이 경주를 찾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들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젠슨 황 CEO의 참석에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황 CEO가 한국을 찾는 것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게임 출시 기념행사 이후 15년 만이다. 황 CEO는 최태원 회장의 초청장을 받고 행사 참석을 결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번 서밋에서 AI(인공지능),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기술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할 엔비디아의 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황 CEO와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 중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APEC CEO 서밋에 앞서 지난 8월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부대행사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경제사절단 역할로 참석한 이 회장과 최 회장이 황 CEO와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3개월 만에 경주 회동이 성사됨에 따라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동맹 관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AMD 등이 AI 칩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여전히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가장 앞선 업체는 SK하이닉스이다. 메모리 시장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기술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 최신 사양인 6세대 HBM(HBM4)의 양산을 시작한 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공급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HBM3E 12단 제품의 퀄테스트가 통과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황 CEO가 경주에서 이 회장과 만나 HBM3E을 비롯한 최신 제품 공급 확대를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황 CEO 외에도 맷 가먼 AWS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 안토니 쿡·울리히 호만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등 글로벌 빅테크의 수뇌부도 APEC CEO 서밋에 참석한다. 이들은 주요 기업인들과 만나 사업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2025 APEC CEO 서밋은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도전을 새로운 기회로 바꾸는 실질적 협력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AI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