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비교육도 가상현실로… 일산 킨텍스서 펼쳐진 '기술 전장'
ADEX 2025, 미래 전장 한눈에… XR 정비훈련·극초음속 엔진·경량 자주포까지
고양=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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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 보여줘."
VR(가상현실) 기기를 쓴 정비사의 음성 명령이 떨어지자 화면 속 조립체가 순식간에 분해됐다. 옆의 3D 모델이 실제 손동작을 따라 움직이며 부품을 맞춰 넣자 모니터에는 실제 절차에 맞게 정비 절차가 진행됐다.
20일 오전 경기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막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의 KAI 부스. 관람객들은 버추얼 프로덕션(VP) 기술로 구현된 AI 정비훈련 시스템 앞에 몰려들었다.
KAI 관계자는 "정비사가 실제 기체를 만지지 않고도 훈련할 수 있는 XR 시스템으로 다음 절차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방산업계에선 세계 최초 수준의 실시간 합성기술"이라고 말했다. VR 헤드셋 너머로 보이는 가상 정비사의 손끝이 공중에서 부품을 맞추는 모습은 '미래 전장'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구현한 듯했다.
ADEX 2025는 35개국 600여 개 방산기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 17일부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에어쇼의 열기를 일산으로 옮겨 이날부터 비즈니스 중심 전시로 본격 전환됐다. 올해 키워드는 확장(Extension)으로 지상, 해상, 공중, 우주를 아우르는 기술 융합이 전장 전체를 하나로 연결했다. 참가 기업들은 저마다 AI, 엔진, 수소 등 차세대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방위산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K전차'에서 '우주엔진'으로… 현대로템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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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지상무기에서 우주엔진까지 품은 '종합 방산기업'으로 변화를 보여줬다.
가장 주목받은 전시품은 폴란드 수출형 K2PL 전차다. 기존 K2 전차보다 방호력과 감지능력을 강화했으며, 드론이나 대전차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APIS 냉동방어장치를 장착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군이 요청해 새로 개발한 모델로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차"라고 설명했다.
우주존에서는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하이코어'(HyCore)가 시연됐다. 재사용 가능한 국산 메탄엔진으로 국방기술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전투차량 '블랙베일'(Black Veil)도 실물로 공개돼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현대위아, AI와 경량화로 무기 진화 속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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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눈에 띈 부스는 현대위아였다. 전시장 한복판에는 굵은 포신이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세워져 있었다. 바로 105㎜ 경량 자주포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이 포는 기존 자주포보다 절반 정도 가볍다"며 "헬기로 수송이 가능하고,산악지형에서도 신속하게 이동해 사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병사가 쏘고 바로 이동할 수 있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자주포 위쪽의 포탑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와 함께 공개된 AI 기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대드론 방어체계(ADS)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 화면에는 드론 표적을 자동 인식하고 추적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재현됐다.
관계자는 "탑처럼 보이는 건 CIWS-II 근접방어체계로 실제 함정에도 탑재돼 있다"며 "K2·K9 포신을 국내에서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KAI가 AI·AR로 그린 하늘, 글로벌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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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이번 ADEX에서 AI·AR 기반 항공우주 기술의 총집합체를 선보였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AI 전투조종사 시뮬레이터(ACP). 실제 조종사와 가상 조종사가 도그파이트(공중전)를 벌이며 AI가 상대의 패턴을 학습해 전술을 스스로 바꾸는 장면이 시연됐다.
KAI 관계자는 "AI 조종사는 단순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전투 데이터를 학습하는 알고리즘 플랫폼입니다. 앞으로 KF-21 시뮬레이션에도 적용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KAI는 행사장에서 에어버스(Airbus)와 '미래 협력 강화를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차재병 KAI 대표이사와 아난드 스탠리 에어버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 이희환 에어버스코리아 대표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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