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가해자인 전직 마을 이장과 13시간 동안 단체 여행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은 경북 청송 한 마을에서 떠난 단체 여행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자신을 성추행했던 전 마을 이장과 단체 여행에서 만나 13시간 동안 지옥 같은 동행을 했다는 70대 여성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6일 발생했다. 경북 청송에 사는 여성 A씨는 이날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마을 단체 여행에 참여했다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자신을 성추행했던 전직 마을 이장 B씨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B씨는 2019년 11월 A씨를 성추행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뒤 지난 7월 출소한 인물이다. 당시 B씨는 A씨 집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A씨의 발을 만졌고 A씨가 놀라 일어나자 끌어안고 손을 자기 중요 부위에 갖다 대는 등 강제 추행을 저질렀다. 이후에도 마을 업무 관련 서류에 서명받겠다는 명목으로 A씨 집을 찾아간 뒤 추행했고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보였음에도 성추행을 6차례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B씨는 "마을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는 출소 후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이후 두 달 만에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A씨는 성추행 가해자인 B씨와 같은 버스에 탑승하고서야 동행 사실을 인지했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보자마자 몸이 얼어붙고 떨리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온종일 죽다가 살았다"라며 "저는 버스 뒤쪽에서 죄인처럼 앉아 있었고 B씨는 앞쪽 통로에 앉아 있었다. 함께 여행을 떠난 일부 주민들 역시 버스 앞쪽 통로에 앉아 있던 B씨를 볼 때마다 불쾌감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B씨에게 여행 참여를 권유한 인물은 현직 마을 이장으로 지목됐다. 다만 현직 이장은 "참석 여부를 물었을 뿐이지 권유한 게 아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법률적 지식이 없어서 아예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의 성추행 사건 이후 마을 이장이 2번 바뀌었는데 2명 모두 B씨를 비호하는 세력"이라며 "B씨가 이장을 맡았을 때 나머지 2명은 마을 운영위원 등으로 함께 활동하면서 매우 친했던 것으로 안다. 분명 똘똘 뭉쳤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B씨의 뒤를 이어 이장을 맡은 사람은 제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이후 중간에서 합의를 요구하면서 괴롭혔다. 그다음 현재 이장은 마을 사업에서 저를 제외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 이장은 "B씨를 포함한 전직 이장들과는 마을 일로 이견이 많았다"며 "친한 사이는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A씨는 해당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후에야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를 취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심각한 트라우마로 정신과 약까지 먹는 상태다.

A씨 딸은 "이제라도 조치가 이뤄진 건 다행이지만 피해자가 감수해야 하는 법의 벽은 너무 높고 두껍다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의 삶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선제적인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