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25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이 살해 당한 채 발견됐다. 사진은 2018년 10월24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를 출입하는 신씨의 모습. /사진=뉴시스(부산경찰청 제공)


2018년 10월25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할머니 박씨(84)와 박씨의 아들 조씨(65), 며느리 박씨(57), 손녀 조씨(33) 등 일가족 4명이 손녀의 전 남자친구 신씨(32)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평소 왕래가 잦았던 박씨의 사위는 불꽃놀이를 보기로 약속했던 장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상함을 느껴 경찰과 함께 집을 찾았다.


4 명을 살해한 신씨도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7시간 동안 살해한 시신과 함께'… 계산적이고 잔인한 계획범죄

전 여자친구와 가족을 몰살한 살인범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은 2018년 10월25일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을 살해한 후 질소가스통을 들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피의자의 모습. /사진=뉴시스(부산경찰청 제공)


신씨는 조씨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며 자주 왕래했다. 사건 발생 약 1년 전엔 신씨의 가족 집에서 한 달 가까이 함께 살았다. 당시 조씨 가족은 주변인들에게 신씨를 '사위'라고 소개했다.

이후 신씨와 조씨는 자취방을 얻어 1년 정도 동거했다. 그러나 동거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신씨는 여자친구를 향한 집착과 질투가 심했고 폭력적인 모습도 보였다. 주변인들은 평소 신씨가 조씨와 싸우면 가전제품을 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여자친구가 자신보다 강아지를 더 아낀다고 집어던져 죽이기도 했다. 여기에 신씨의 잦은 이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자 둘은 그해 8월 결별했다.


애정은 분노로 바뀌었다. 신씨는 조씨와 일가족을 살해할 목적으로 약 한 달 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 인터넷을 통해 전기충격기를 구매해 사용법을 익혔고 사하구 CCTV 현황 등을 검색하는 등 철두철미하게 조사했다.

신씨는 24일 오후 4시12분쯤 선글라스와 모자를 눌러쓴 채 조씨 가족의 집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아파트 현관을 통과한 신씨는 조씨의 아버지가 있던 집에 침입했다. 이후 1~2시간 뒤 조씨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조씨는 약 8시간 뒤에 귀가했다. 일가족은 차례로 신씨에게 살해당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조씨의 부모와 할머니의 시신은 모두 화장실에 포개진 채 비닐과 대야 등에 덮어져 있었다. 신씨가 가족을 살해한 후 현장을 정리하고 조씨를 기다린 것이다. 이후 조씨는 거실에서 변을 당했다. 신씨는 조씨를 유독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고 현장에 그대로 유기했다.

이후 조씨는 25일 9시50분쯤 아파트를 나섰다. 자신의 살해한 피해자들의 시신과 무려 17시간을 함께 있었던 셈이다. 그는 인근 차량에 주차된 자신의 차로 가서 질소 가스통을 챙긴 후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의 비뚫어진 애정은 평화로웠던 한 가족을 망가뜨렸다. 범죄심리학 전문가 등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치정에 의한 계획 살인"이라며 "자포자기한 심정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