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분기 영업익 10조' 새 역사… 내년 전망도 밝다(종합)
HBM 넘어 D램·낸드까지 내년 솔드아웃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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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썼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범용 D램 가격 회복이 맞물리면서 실적 상승세가 가속화된 결과다. 회사는 대규모 생산능력(CAPEX) 증설을 통해 'AI 메모리 초호황'에 선제 대응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29일 올해 3분기(7~9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1조38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9%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24조4489억원으로 39.1% 늘었으며, 순이익은 12조5975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이번 실적은 지난 2분기(4~6월) 기록했던 기존 최대 실적(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불과 한분기 만에 경신한 것이다. AI 확산에 따른 HBM와 서버용 D램 수요 확대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실적 호조로 재무 구조도 한층 개선됐다.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 대비 10조9000억원 증가한 2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차입금은 24조1000억원 수준으로, 순현금 상태로 전환되며 재무 안정성이 강화됐다.
다만 회사는 이날 진행된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추가 주주환원은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 규모 증가를 고려할 때 적정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며 "창출한 재원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AI 수요 폭발에 역대 최대 실적
SK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이번 실적 상승을 이끈 핵심 요인은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HBM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로 1위, 뒤이어 마이크론이 21%, 삼성전자가 17%로 집계됐다.
AI 서버 수요 증가로 고용량 DDR5 판매가 확대된 것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128GB DDR5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회사 측은 "고객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급증했다"며 "HBM3D 12단과 서버향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확대가 최고 실적을 이끌었다"고 했다.
범용 D램 가격 상승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일제히 HBM 생산 비중을 늘리면서 범용 D램 공급량은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DR4 평균 가격이 6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차세대 HBM 로드맵도 주목받았다. 회사 측은 "HBM 수요가 AI 시장의 중장기 성장세에 기반해 지속 확대되는 만큼 공급이 단시일 내에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수요 대비 공급은 2027년에도 타이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BM은 2023년 이후 계속 솔드아웃(완판) 상태"라며 "내년에는 HBM뿐 아니라 D램, 낸드도 사실상 솔드아웃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은 메모리 시장 사이클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회사 측은 "올해 메모리 시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전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초호황기에 진입했다"고 분석하며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2017년, 2018년과 양상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현재 수요가 AI 패러다임 전환에 힘입어 폭넓은 운영체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차세대 HBM인 HBM4의 내년 공급 물량 계약도 마무리한 상태다. HBM4는 현세대 HBM3E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실적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지난 9월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는 고객 요구 성능을 모두 충족하고 업계 최고 속도를 지원하도록 했다"며 "4분기(9~12월)부터 출하를 시작하고 내년 본격 판매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CAPEX) 확대도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업계 CAPEX 증가는 불가피하고 당사의 내년 자본지출도 상당한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글로벌 AI 업체들의 경쟁적 투자 확대에 따라 HBM, DDR5, eSSD 등 제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생산능력 확충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팹 가동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회사 측은 "HBM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말 M15X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며 "약 2년간의 공사 끝에 M15X 팹을 조기 오픈하고 현재 첫 장비 반입을 시작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수요가 기존 전망보다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M15X의 램프업(생산 정상화) 일정도 최대한 앞당겨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건설이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에 대해서도 "향후 일정 역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앞당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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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