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관세 협상 '급한 불' 껐지만… 불확실성에 "여전히 신중"
반도체 관세 협상,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타결
김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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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한국 반도체 업계가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협상 초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100% 품목 관세'라는 초강수를 내걸면서 국내 업계에 급격한 경영 불확실성이 드리웠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합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반도체가 최대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수출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서 수출 환경의 안정성도 일정 부분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관세율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9일 경주 국제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치러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 7월 이후 교착상태였던 관세 협상 세부안에 최종 합의했다.
현재 대만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대부분의 품목에 20%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는 별도 품목으로 분류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업계는 반도체가 대만의 핵심 수출 품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이 실제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요 경쟁국인 대만과 최소한 동등한 수준의 조건을 보장받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적인 경쟁력 타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다만 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며 관세 협상의 구체적인 세부 조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관세율 상한선에 대한 우려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100% 품목 관세 방침을 내걸고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바 있다. 이번 한·미 협상이 불확실성을 해소할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나 세부 조건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 관세율 상한선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향후 세부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이 EU나 일본 대비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대만이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게 될 경우 한국 역시 함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짙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를 '수출 허가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이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업계는 30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과 관세 정책 전반에 직결될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세부 관세율과 투자 조건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며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관세뿐 아니라 공급망 재편 속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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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