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 반도체 전문가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 현판. /사진=김창성 기자


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 반도체 분야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 중인 SK에코플랜트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실적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전날 김 내정자의 선임과 함께 IPO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 과정에 투자자들과 IPO 데드라인을 내년 7월로 정했다.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발행가격의 5%를 우선배당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기존과 차별화된 반도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성과를 창출하고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김 내정자가 IPO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반도체 종합서비스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김영식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 내정자.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같은 해 금리 인상이 시작되며 경기 침체와 실적 하락이 지속됐고 2023년 상장 추진도 잠정 연기됐다. 이번 인사 발표에서 회사는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김 내정자가 그룹의 숙원 과제인 IPO 성사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코스피가 역대 기록인 4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증시가 회복된 점도 IPO에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 증시는 지난 27일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는 IPO를 앞두고 반도체 종합서비스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사명 변경 후 환경사업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해 기업가치 제고를 시도했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환경 자회사들을 매각, 반도체·인공지능(AI) 하이테크 사업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올해부터 하이테크 사업부문을 신설,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IPO를 앞두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하이테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리밸런싱 중이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상장 시한 임박… 하이테크 매출 비중 50% 돌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 상반기 하이테크 사업부문 매출은 2조9303억원으로, 전체(5조7992억원)의 50.5%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1조1685억원) 대비 150.8%, 2023년(6584억원) 대비 345.1% 급증한 수치다.


반면 주택·건축·플랜트 등을 포함한 솔루션 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5조3515억원)보다 68.9% 감소한 1조6658억원을 기록했다. 환경·에너지 사업부문 매출도 각각 전년 대비 50.0%, 61.7% 줄어 5641억원, 6390억원으로 나타났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소재사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기업의 편입도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2일 완료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재무구조 안정을 위한 리밸런싱 작업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말했다.


다만 IPO 일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외 증시와 경제 여건 등을 검토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과 2023년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부풀려 보고한 혐의로 지난 2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약 54억원을 부과받았다. 김 내정자는 시장 신뢰를 회복해 IPO를 완료해야 한다.

김 내정자는 1967년 12월생으로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그룹 내 반도체 공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며 SK하이닉스에서 포토(Photo)기술담당과 제조·기술담당을 거쳐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량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등 주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장동현 부회장과의 각자대표 체제에서 회사를 이끌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