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야부키 히사시 처완기능양성부 주사(평가 드라이버), 토요오카 사토시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토요타의 상식을 뛰어넘는 도전, 지금까지의 벽을 깨뜨려 탄생한 차가 토요타 GR입니다."

토요오카 사토시 토요타 처완기능양성부 부장은 지난달 31일 '토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많은 양산차를 내놓았지만 레이싱카 수준의 과감한 시도는 드물었던 토요타의 변화를 상징하는 모델이 GR이라는 설명이다.


GR 브랜드의 핵심 목표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다. 토요타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는 토요타의 핵심 R&D(연구개발) 시설로 GR의 철학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중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로 구성된 '처완기능양성부'는 토요타 전 차종의 주행 성능 점검을 담당한다. '처완(凄腕)'은 일본어로 '뛰어난 실력', '솜씨가 좋은' 등의 의미다.

토요오카 부장은 "모터스포츠는 상대와의 경쟁도 있지만, 시간과의 경쟁도 있다"며 "시합 일정이 정해지면 그사이 최대한 개선 작업을 하고, 다시 다음 경주에서 이기기 위한 개선과 개선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자연스레 '더 좋은 차' 만들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은 '모리조(MORIZO)'라는 이름의 마스터 드라이버로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에는 아키오 회장이 랠리카 개발 과정에서 서킷 주행을 하다 사고를 낸 'GR 야리스'가 전시돼 있다. '달리고, 부수고, 고친다'는 GR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토요오카 부장은 "당시 차가 전복됐지만 코드라이버와 모리조가 침착하게 대응해 다치지 않았다"며 "엔진이 멈춘 뒤, 사전에 설정해 둔 제어값이 초기화되면서 재가동 시 제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했다. "엔진 정지 이후에도 제어가 유지되도록 시스템을 다시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GR 모델 개발이나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개선된 기술은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다. 야부키 히사시 토요타 처완기능양성부 주사는 "일반 도로에서 변속 조작 시 클러치를 밟지 않으면 기어가 손상될 수 있다"며 "보통은 애프터마켓에서 이를 보강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변속 강도를 강화했다"고 했다. "레이싱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개선점을 일반 양산차에도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GR 라인업으로는 GR 수프라, GR 야리스, GR 코롤라, GR86 등이 있다. 야부키 주사는 "GR의 차들을 피라미드로 비유하자면, 정점에는 GR 브랜드가 있고 그 아래에는 입문용 차종인 GRS가 위치한다"며 "서킷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일반 도로에서 무리가 없는, 모터스포츠에 가볍게 발을 담근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테크니컬센터 시모야마는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대회로 꼽히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유사한 환경을 갖췄다. 기획부터 설계, 개발, 엔지니어링, 프로토타입 제작 및 평가까지 모든 단계가 한곳에서 이뤄진다. 시험 코스를 활용해 개선점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토요오카 부장은 "현재 센터 인력 중 GR 파트 인원은 많지 않지만 모터스포츠를 좋아하는 '별난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레이스는 GR에게 하나의 실험실과 같고, 모리조(아키오 회장) 역시 레이스 참가를 통해 차를 단련하는 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모리조(토요타 아키오 회장)가 랠리카 개발 과정에서 운전하다 전복된 GR 야리스가 전시된 모습.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