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 축배' 이르다…"AI 인재 확보 골든타임 이미 놓쳐"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 "GPU 배분에 정부 신경써야"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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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한국에 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량 확보만으로는 AI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기에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확보된 GPU의 배분부터 인재 확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행 단계 수립 과정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GPU가 대기업 위주로 배정돼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김동환 포티투마루 대표는 머니S와 만나"대기업을 포함해 확보된 GPU를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건"이라며 "정부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현대차·SK에 각각 5만 장, 네이버 6만 장, 정부 5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확보한 GPU를 소버린 AI 개발·AI 스타트업 양성에 쓰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소버린 AI 개발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스타트업 지원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 확인한 결과 스타트업 지원 실무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 GPU 공급으로 필요한 AI 인재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가 인재에 있어서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본다"며 "늦었지만 파운데이션·프론티어 모델 개발 등 AX(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산업에 AI를 융합하고 활성화하는 부분은 아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AI 인재 유출은 '인건비'만이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을 예로 든 김 대표는 "보통 인건비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다른 이유를 꼽았다"며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빅테크에 취직한 사람들은 '연구 환경'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니어들은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 사실상 죽어
김 대표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환경을 '제2의 IT 붐'이라고 표현하고 2000년대 초 스타트업 열풍과 비슷하다고 했다. 반면 한국의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선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사실상 죽어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규모는 총 2조20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했다.
스타트업 창업이 줄고 미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는 엑시트 구조를 꼽았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M&A 시장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며 "IPO를 한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스타트업이 데스밸리(초기 생존율이 낮은 구간)를 넘지 못하는 현실을 두고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다"면서 "100개 기업에 1억씩 나누는 것보다 잘하는 스타트업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급 인력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는 "메타처럼 연봉 1000억 원을 제시하는 수준에 맞출 수는 없다"며 "국내 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최상급이 아니더라도 중급 이상 인력을 많이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이면서 변호사인 것처럼 AI와 다른 분야를 함께 잘하는 융합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인재를 AI 분야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대기업과 상생하는 구조 마련 필요
미국과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을 비교하며 김 대표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정부 지원보다 민간 기업의 투자와 지원이 훨씬 활발하다"며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빅테크들은 내부적으로 스타트업을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인큐베이팅 방식으로 기업이 필요한 기술·인력·공간을 제공하는 형태로 일종의 아카데미 같다"면서 "미국은 빅테크가 월급부터 기술까지 모두 지원해 스타트업이 마음껏 연구·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일종의 '빅테크 내 조직'처럼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렇게 키워낸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성장한다"며 "구글과 메타는 자사 기술을 사용하는 조건 아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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