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 . 최근 우리 사회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이나 치매 등으로 인해 자신의 재산 관리나 의료 행위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이면 국내 치매 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된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바로 성년후견제도다. 성년후견제도는 단순히 재산 관리에 그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에는 '금치산·한정치산 제도'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질병이나 장애로 인해 능력을 상실한 사람을 단순히 '의사무능력자'로 취급하고 주로 재산을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2013년 민법 개정을 통해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됐다. 새로운 제도는 재산보호를 넘어 의료 결정, 거주지 선택 등 일상생활 전반의 법률 행위를 지원하며 피후견인 정보를 별도로 관리하는 후견등기부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했다. 이는 피후견인(후견을 받는 사람)의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성년후견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재산과 신상을 포괄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 거래나 부동산 처분 등 중요한 법률 행위를 후견인이 법원의 감독 아래 진행함으로써 가족 간의 재산 다툼이나 제3자의 착취로부터 피후견인을 보호하는 강력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법원은 후견인이 적절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정기보고를 요구하고 재산 목록을 점검하는 등 관리 감독을 통해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년후견인이 선임되면 가족 구성원이 법적으로 '능력이 없다'고 공시되는 셈이어서 심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둘째, 선임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먼저 의학적 정신감정을 거친 다음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선임을 신청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준비 서류가 많고 법원에서의 본인 신문 절차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 자체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절차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성년후견제도의 활용도는 도입 당시의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다.

셋째, 가족 간 갈등이 있거나 적합한 후견인을 찾지 못할 경우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 등 전문 후견인을 선임하게 되는데 이 경우 발생하는 정기적인 보수 부담 역시 제도 활용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성년후견제도가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임의후견제도'에 대한 인식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임의후견'이란 후견계약에 의한 후견을 말하는 것으로 본인이 질병이나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을 대비해 본인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미리 다른 자에게 스스로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해 대리권을 수여하는 계약을 체결해 그 계약으로 선임한 후견인으로부터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무에 대해 보호와 지원을 제공받는 제도를 말한다.

즉 본인이 아직 의사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 장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해 스스로 후견인을 지정하고 후견의 범위를 약정해두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결정권의 보장'이다. 건강을 잃은 후 법원의 판단으로 후견인이 강제로 선임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할 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는 질병이나 치매가 발병한 뒤에 대응하는 소극적 접근을 넘어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