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자 붕어빵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내부에 있는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 /사진=김다솜 기자


찬 바람이 불자 거리엔 붕어빵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거리에서 그 구수한 냄새를 맡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켜고 '붕어빵 지도'를 검색해야 겨우 한두 곳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겨울 거리의 상징이던 붕어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렵게 찾아도 가격은 예전 같지 않다. '3개에 2000원'이라는 말에 시민들은 잠시 멈칫한다. 엑스(X·옛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붕어빵 3개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3000원이라고 해서 너무 당황했다" "붕어빵 언제 이렇게 비싸졌냐" "붕어빵보다 국화빵 파인데 둘 다 만나기가 너무 힘들다" "혜화역 앞 유명한 붕어빵 가게 갔더니 거의 1시간 기다렸다" "2개 1000원짜리 가성비 붕어빵 트럭 발견해서 좋아했더니 진짜 맛없더라"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1000원에 3마리'로 불리던 서민 간식, 붕어빵은 왜 이렇게 비싸졌을까.

사라지는 거리의 온기

사진은 서울 중구에서 찾은 착한 가격의 붕어빵 트럭. /사진=김다솜 기자


붕어빵이 사라지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원재료 값 급등에 단속, 민원이 겹치며 영세 노점상들이 하나둘 자리를 접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산 붉은 팥 가격은 40㎏당 78만4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9만8600원보다 1.5배 이상 뛰었다. 밀가루·식용유 등 가격도 여전히 높다. 서울 중구에서 10년 넘게 붕어빵을 구워왔다는 사장님은 "팥, 반죽 한 통 값이 얼마나 비싼 줄 아냐. 예전 가격에 팔 수가 없어졌다"면서 "붕어빵 하나 팔면 남는 게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 인근에서 찾은 착한 가격의 붕어빵 노점. /사진=김다솜 기자


단속과 민원은 생존의 벽을 더 높인다. 서울시내 노점 수는 2020년 6079곳에서 지난해 4741곳으로 줄었다. 3년 만에 20% 넘게 감소했다. 무허가 노점은 단속 대상이고, 정식 허가를 받으려면 절차와 비용이 만만치 않다.

"붕어빵 어디서 팔아요?"… 이제는 앱으로 찾아가는 시대

사진은 가슴속3천원에서 붕어빵 노점을 검색한 결과(왼쪽)와 실제 방문해본 결과. /사진=김다솜 기자


요즘은 붕어빵을 앱으로 찾아다닌다. 붕어빵 좌표를 알려주는 앱 '가슴속3천원'에는 현재 3000여개 지점이 등록돼 있다. 회원 수는 120만명을 넘어섰고, 날씨가 추워질수록 이용량이 폭증한다. 다만 붕어빵 노점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검색 결과와 다를 수 있어 '최근 방문'을 확인하는 게 좋다.

'가슴속3천원' 앱 개발자 유현식씨는 "붕어빵을 정말 좋아한다. 당시 겨울에 붕어빵을 먹고 싶은데, 점점 붕어빵 파는 곳은 찾기가 힘들더라. 아쉬운 마음에 주변 붕어빵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붕어빵은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이자 물가 체감도를 보여주는 대표 간식"이라며 "붕어빵 외에도 호떡, 어묵, 문어빵, 호두과자 등 사용자분들이 겨울철 간식을 찾을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앞으론 사장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시민들이 따뜻한 간식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붕어빵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면서도 "어릴 땐 1000원에 붕어빵 4마리도 먹었는데, 요즘은 한마리 먹는 것도 감사하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엔 집 근처 붕어빵 가게를 다니고 있는데, 가스로 굽는 붕어빵이라면 어디든 맛이 없을 수가 없어서 너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MZ세대가 붕어빵을 '사냥'하는 이유

사진은 서울 중구 한 호텔 카페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는 모습. /사진=김다솜 기자


시민들은 거리의 냄새가 아닌 스마트폰 지도를 따라 붕어빵을 찾아다닌다. 추억의 간식은 이제 '놀이'로 변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희소성 기반의 경험 소비와 감성 회귀가 결합한 소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과거 어디서나 쉽게 사 먹을 수 있었던 붕어빵이 지금은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MZ세대는 찾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단순한 먹거리 구매가 아니라 추억, 감성, 그리고 발견의 순간을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비싸졌음에도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은 이유 역시 감정의 가치 때문이다. 이 교수는 "붕어빵은 이제 간식이 아니라 경험재로 인식된다. 경제적 합리성보다 정서적 만족, 감각적 즐거움이 우선되는 소비의 대표 사례"라며 "특히 MZ세대는 '돈값 이상의 감정'을 얻을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가격 인상은 감수한다. 즉, 붕어빵 한 봉지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겨울의 정서이자 시간의 기억, 그리고 자신을 위로하는 작은 의식으로 소비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이제 붕어빵은 '싸고 간단한 간식'이 아니라 '희소한 감성재'가 됐다"면서 "전통 간식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과거의 향수를 오늘의 취향으로 재해석하는 흐름 속에서 붕어빵은 다시 사랑받고 있다.


최근엔 이런 흐름에 맞춰 '말차 크림 붕어빵·완두 앙금 붕어빵·밤 크림 붕어빵' 등 이색 메뉴가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 콜라보나 팝업스토어, 카페형 매장 등을 시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한 호텔 카페에서는 붕어빵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붕어빵의 형태나 재료는 그대로 두되, 공간·패키징·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전통 간식을 문화적 경험으로 확장할 때 세대 간 공감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