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 장소인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백악관 제공)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부품에 부과하던 '섹션 232' 관세를 일괄 15% 수준으로 낮추고,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 인증 규제 완화에 나선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2025년까지 한국의 250억달러 규모 미국산 무기 구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한·미 조선·방산 협력 플랫폼 신설 등이 포함되며 동맹의 산업 연계가 한 단계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던 '섹션232' 관세를 최종 15%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재조정한다.


기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15% 이상이면 추가 부담이 없다. 15% 미만이면 부족한 만큼을 추가해 총 관세가 15%가 되도록 맞추는 구조다.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관세 상단이 명확히 설정되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상응 조치에 나선다. 미국산 차량이 연간 5만 대까지 별도 수정 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던 무수정 수입 상한(5만대 캡)을 전면 폐지한다.

미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한 차는 한국에서 추가 서류 제출 없이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배출가스 심사 절차도 간소화한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서류 이중 제출과 개별 인증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韓, 美무기 250억달러 구매·국방비 3.5%까지 확대

백악관은 양국이 방위력·방산 협력을 전면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국방비를 GDP 대비 3.5%까지 조속히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미국에 전달했으며, 미국은 이를 환영했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2030년까지 2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도 약속했다. 최근 연간 도입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양국 방산 협력이 전략 분야 중심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군의 전력 확충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를 승인했다. 연료 조달 등 세부 요건도 양측이 공동 협의해 나가기로 하면서 한국의 차세대 전력 구축에 미국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한·미는 사이버·우주·AI 등 신흥 영역에서도 군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 조선업계의 대규모 미국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측 승인이 재확인됐다. 백악관은 앞서 발표된 전략적 투자 패키지에 따라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해양 부문 투자 1500억달러 규모가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투자에는 미국 조선소의 시설 현대화, 정비·수리·개조(MRO) 역량 강화, 해군·상선 건조 기반 확충 등이 포함된다. 한국 조선업이 미국 조선 산업 재건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양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방산 공동 워킹그룹'을 신설한다. 이 워킹그룹은 조선소 현대화, 인력 양성, 공급망 공동 구축을 논의하는 협의체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상선·군함 생산량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로 미국 상업선과 군함의 확보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