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④"여보, 요새 환율 난리야… 이번 달 좀 만 버텨봐"
[원/달러 환율 뉴노멀 시대] 자녀 교육 위해 기러기 아빠 된 가장, '강달러' 기세에 한숨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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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안착하면서 사실상 '뉴노멀'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이는 수출기업의 매도시점을 늦추는 래깅 전략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환율이 치솟으며 수출, 내수기업 희비가 엇갈리고 송금 부담에 잠을 설치는 기러기 아빠 등도 늘어나고 있다.
"여보, 우리 집 대출금도 상환 기간도 많이 남았는데 요새 달러 송금이 좀 버겁네."
50대 직장인 김병규(가명)씨는 아내·고등학생 딸과 3년째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아빠다. 그는 딸의 영어 교육과 미국 대학교 진학을 위해 기러기 아빠를 택했다. 아내는 미국에서 딸의 뒷바라지를 하며 지내고 김씨는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며 매달 미국으로 유학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지원한다.
김씨는 업계에서 나름 인정받는 중견 제조업체의 임원이지만 최근 한숨이 늘고 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수출 비용 부담이 커지자 회사에도 긴장감이 감돌았기 때문.
30년 가까이 근속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은 인정받았지만 회사의 비용 지출 부담이 늘자 김씨를 비롯한 고연차 임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등 감원 칼바람까지 예고됐다.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 딸의 유학비용 부담이 더해져 그의 시름이 깊어진 이유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위로금 명목으로 일시에 지급되는 24개월 치 월급과 퇴직금 등까지 더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매달 김씨 가족에게 들어가는 각종 생활비 등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최근 1500원에 육박하며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 앞에 미국에서 지내는 아내와 딸의 체류비용 송금 부담도 커졌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의 힘을 빌린 대출 원리금 상환도 아직 7년가량 남은 상황에서 최근의 강달러 기세는 그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치솟았다. 아내에게 '고환율'에 따른 달러 송금 고충을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환율에 강 달러 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7일 기준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주간종가 대비 4.20원 오른 1459.70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147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며 1500원도 돌파할 기세를 보였다.
김씨는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매월 2500달러가량을 송금한다. 최근 환율 기준으로 약 364만~367만원 정도다. 딸이 현지에서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은 더 확대될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은행 대출 원리금 상환과 각종 본인 생활비, 적금 등을 빼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투자금도 모두 처분해 딸 유학비에 털어 넣었다.
김씨의 아내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성인이 될 딸이 독립해 생활하도록 본인의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 홀로 지낼 딸 걱정에 김씨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고환율에 늘어가는 비용 부담과 불안한 회사 내 입지 등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 아내에게 제대로 송금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1200원~1300원대를 오가던 유학 초반에도 이를 악물고 버텼는데 회사에서 눈치고 보이고, 이제는 한계에 직면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그는 "각종 금융 투자 상품에 넣을 여윳돈도 없지만 과감한 투자에 나서도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냐"며 "고환율 기세가 굳어지는 경제 구조적 변화가 우려된다는 뉴스도 들려오고 있어 환율 방어를 위한 정부의 맞춤형 정책 등 적극적인 대응이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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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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