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법인고객' 모셔야 하는데… '길잡이' 없어 혼란
글로벌 가상자산 제도화 흐름 뒤처질 가능성 존재
이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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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글로벌 가상자산 제도화 흐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해 서비스를 구축해놨지만, 당국의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가이드라인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
2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법인 고객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업비트는 법인 고객을 160곳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법인고객 100개를 돌파한 바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국내외 법인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는 동시에 전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업비트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CEO(최고경영자) 서밋에서 부스를 운영해 국내외 기업 리더들에게 법인 투자 관련 설명을 진행했다. 빗썸 역시 법인 대상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업비트는 법인용 대량 매매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법인은 대량의 물량을 매도, 매수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법인용 매매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빗썸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보안과 접근성에 민감한 고객을 고려해 법인 담당자가 기업에 직접 방문해 계정 개설부터 고객 확인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법인 전용 가입 절차와 맞춤형 상담, 전담 매니저 지원 등 법인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코인원도 올해 초 법인 고객 전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현재 시장 참여가 허용된 법집행기관, 비영리법인,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선 실제 회원가입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법인 고객의 요구사항에 특화된 맞춤형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해 개인 투자자와 차별화된 법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업계가 법인 고객 유치에 힘쓰는 이유는 법인의 시장 참여는 유동성 확대로 가상자산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유동성 공급과 투명성 강화를 통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흐름의 투명성과 제도권 내 거래 확대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블록체인 산업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인 투자만 가능했던 국내 시장에 법인이라는 새로운 고객층이 들어와 시장 규모 측면에서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거래 규모가 늘어나 거래소의 수익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법인 가상자산시장 참여 관련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올해 3분기 내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법인계좌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조직 개편과 내부 검토 지연으로 발표 시점이 미뤄진 상태다.
또한, 전문성 가진 법인이 시장에 참가하게 되면 균형 잡힌 시장을 기대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가하면 전문적 법인 투자자 많이 들어와 전문적인 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며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이 늦어지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가상자산 제도화 흐름에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가상자산 정책 구체화를 위한 행정명령 발동을 하는 등 가상자산 제도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국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가상자산 사업자, 스테이블코인 등 규율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해외는 국내와 달리 개인보다는 '법인' 중심으로 가상자산 제도화 및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일반법인의 거래 제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는 스테이블코인 규율,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 등 글로벌 논의를 따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결과제'인데 이것이 늦어져 글로벌 가상자산 흐름에 뒤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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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