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불확실성 여전하지만… 삼성·SK 생산시설 확장 나서
AI 훈풍 속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 생산 역량 확보가 관건
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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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업계가 계속되는 관세 불확실성에도 생산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핵심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백조원 예산을 투입해 반도체 팹(생산시설) 확장에 나서며 다가오는 메모리 '수퍼사이클'(초호황)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공동 팩트시트에 최종 합의한 후에도 반도체업계를 둘러싼 변수는 여전하단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 규모가 큰 국가 대비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았지만, 명확한 관세율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대 경쟁국인 대만에 적용되는 관세 수준이 결정될 때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힐 거란 분석이다. 대만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전에 논의됐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며 "품목별 관세가 발표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반응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현지 투자를 조율해 나가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협상 역량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은 '생산 시설 확충'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60조원이상의 자금을 들여 경기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구조다. 클린룸(반도체 제조 환경) 생산능력을 기존 P4보다 1.5배 늘렸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사업장에 87만평 규모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도 360조원을 투자해 2031년까지 6개의 팹을 완공할 방침이다. 내년 말까지 1기 팹 건설을 착공해 2030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생산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준공된 청주 공장 'M15X' 조기 가동을 결정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이곳에선 HBM과 D램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내년 초부터 HBM4 양산 라인이 가동된다.
2027년에는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 클러스터에 구축 중인 팹 4기 중 1호기 가동이 이뤄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용인 팹만으로 600조원의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2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490%로 상향 조정받아 팹 내 클린룸 개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 회장은 "(준공) 시기가 얼마나 빨리 당겨질 수 있느냐는 수요와 관련된 부분이고 투자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크다"고 했다.
대외적 변수 속에서도 공격적 투자가 이뤄진 배경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훈풍'이 꼽힌다.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이에 발맞춘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 데이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4년 439억달러(64조3354억원)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0년 1540억달러(225조687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우리 업계에도 가시적인 호재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추진 중인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은 UAE가 필요로 하는 고도화된 AI 메모리 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며 "UAE가 AI·첨단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했다.
거시 경제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견해도 청신호로 여겨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AI 레이스의 승자가 누가 되든 AI 붐은 이어지고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레거시 반도체(범용)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한국은 (AI 버블 우려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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