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이 올 3분기 차입금을 늘리며 유동성을 확보했다. 사진은 HK이노엔 스퀘어. /사진=HK이노엔


HK이노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급증했다. 실적 개선과 함께 차입금을 늘린 게 주효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HK이노엔은 저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차입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규 생산시설 건설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HK이노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8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454억원)과 올 상반기 말(480억원)과 견줬을 때 각각 182.7%, 166.9%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한 유동자산은 같은 기간 3855억→4010억→6256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HK이노엔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차입 확대가 있다. HK이노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 들어 829억원 늘었다. 이 기간 새로 추가된 장단기차입금은 870억원이다. 올 3분기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450억원을 장기차입했고 단기차입금의 경우 시중은행 기업운전일반자금대출 등 420억원이 새롭게 추가됐다.


경상수입도 현금 및 현금성 자산 확대 요인으로 언급된다. HK이노엔은 올 1~3분기 매출 7713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6%, 영업이익은 1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유입)도 671억원에서 1111억원으로 65.5% 늘었다. H&B 부문이 부진했지만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 주력 사업을 필두로 성과를 냈다.

"영업으로 충분하지만… 저금리 장기 대출, 리스크 관리 유리"

사진은 HK이노엔 실적 개선을 이끈 케이캡 시리즈. /사진=HK이노엔


경상수입만으로 주요 투자금을 충당할 수 있으나 저금리 정책자금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강화한 것이란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HK이노엔이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450억원 규모 시설자금대출의 이자율은 2.32%로 한국은행 기준금리(2.50%)를 밑돈다. 만기일은 2040년 9월29일로 15년가량 남아 부담이 덜하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 지연,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저금리 장기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금융비용 절감 및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업 현금흐름만으로 충분히 투자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라며 "필요시 차입 축소도 가능한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K이노엔은 차입으로 확보한 자금을 경기 이천 EPO(신성 빈혈치료제) 바이오 신공장 구축에 사용할 방침이다. 해당 신공장은 이미 준공 승인까지 확보했고 필요한 주요 투자금도 대부분 집행이 완료됐다. HK이노엔은 2022년 모회사 한국콜마홀딩스 자회사로부터 EPO 사업을 넘겨받은 뒤 증설 등을 결정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키웠다.

HK이노엔 관계자는 "15년 장기·저금리(2.32%) 정책자금 선제 확보를 통해 재무유연성 확보, 유동비율 개선, 차입금리 절감 효과 등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EPO 바이오 신공장과 함께 올해 초 개소한 판교 R&D(연구·개발) 센터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되면서 당장 예정된 추가 증설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