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에서 발언하는 정기선 회장의 모습. /사진=김이재 기자


"중국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0일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조선·해양 산업 AI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한국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주변에서 조선업이 수주가 많고 '마스가(MASGA,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과의 사업 확대도 기대되는 만큼 걱정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중국을 생각하면 여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한국경제인협회의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로, 철강·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전기·전자·선박까지 한국의 10대 수출 주력 산업 경쟁력이 5년 뒤 모두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정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라고 반문하면서도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은 명확하다"며 AI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기존 산업 현장에 빠르고 정밀하게 적용해 제조업 원가를 낮추고 선박 연비를 개선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조속히 만들어내야 한다"며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고 눈에 보이는 경쟁력 만들어내는 속도에서 우리가 앞서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HD현대의 AI 기술 전략과 관련해서는 "얼마 전 AI 전담 조직을 CEO 직속 기구로 재편했다"며 "그만큼 HD현대는 AI 기술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는 최근 그룹의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HD한국조선해양 내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격상하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편제를 바꾸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마지막으로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AI 전환은 HD현대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개발 중인 소버린 AI가 중국이나 미국의 경쟁 모델과 비교해 정확성·경량화·가격경쟁력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