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의 ESG 등급이 B+로 강등됐다. 지난 7월 발생한 공정위 제재 이력이 영향을 미쳤다. 사진은 CJ제일제당 본사. /사진=CJ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이 ESG 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CJ가 올해 평가에서 유일하게 등급이 뒷걸음질쳤다. 계열사 부당 지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로 지배구조(G) 등급이 떨어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CJ의 형식적인 ESG 경영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의 행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한국ESG기준원이 실시한 '2025년 ESG 평가'에서 통합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A등급에서 한단계 내려간 결과로 B+등급은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고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유통업계 전반과 비교해도 CJ의 상대적 후퇴가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A+), 신세계(A+), 이마트(A+), 롯데지주(A), 롯데쇼핑(A) 등 유통 계열사를 보유한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 평가에서 A 이상의 등급을 받았다. 반면 CJ는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등급이 떨어지면서 B+등급으로 밀려났다.


등급 하락의 핵심 원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다. 공정위는 지난 7월 CJ와 CJ CGV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자본잠식 상태였던 CJ건설(현 CJ대한통운 건설부문)과 시뮬라인(현 CJ 4D플렉스)의 자금지원을 위한 신용보강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보고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했다. CJ에 부과된 과징금은 15억7700만원이다.

파생상품의 일종인 TRS는 거래 당사자가 기초자산에서 발생할 매매 차익이나 이자와 같은 현금 흐름을 사전에 약속한 현금 흐름으로 교환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TRS 계약으로 부실 계열사의 위험이 CJ와 CGV로 이전돼 CJ건설과 시뮬라인이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의 제재로 CJ의 지배구조(G) 등급은 B+에서 B로 떨어졌다. 이는 이사회 운영 및 내부 통제 등 그룹의 지배구조 체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버넌스(지배구조)는 기업의 장기 수명과 연결된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라며 "환경(E)이나 사회(S) 등급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형식적 ESG' 지적… "분발해야"

이에 따라 그동안 CJ의 ESG 경영이 형식적으로 운영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된다. CJ는 2021년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이후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ESG 경영을 전담하는 경영대표 직속 조직 'ESG 경영추진단'을 신설했다.

나아가 최근 이뤄진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게 된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 이번 평가 결과가 대외 신뢰도와 투자자 관점에 영향을 미쳐 향후 추진 과제의 속도나 우선순위에도 일정한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그룹장은 CJ제일제당에서의 글로벌 식품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신사업과 해외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하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다른 주요 기업들이 ESG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CJ만 역행하는 모양새"라며 "요즘은 ESG 관련 스코어가 기업의 신뢰 점수와도 같아 (CJ가)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J는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지난 9월 서울고등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CJ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정위 제재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구하고 있다"며 "해당 부분이 해소되면 내년에는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CJ의 ESG 평가와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행정소송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