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국토부가 첫 실무자 회의를 가졌다. 서로의 정책 방향이 다른 만큼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번 만남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왼쪽부터)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식당 달개비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주택공급정책의 방향성과 세부 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중앙·지방정부간 실무급 회의가 열렸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부터 서울 그린벨트 해제까지 광범위한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거대 양당 정치의 대립으로 주택정책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실무급 회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


21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과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과 그린벨트 해제 등에 대한 이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조합원 이주대책 등 18개 현안을 포함한 서울시의 제안이 검토됐다.

그린벨트 해제 논의… 국토부 "전향적 검토"

18개의 현안 가운데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두 기관은 온도차가 뚜렷해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그린벨트가 해제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사진=뉴시스


앞서 정부는 10·15 부동산대책을 발표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했다.

토허구역으로 지정되면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갭투자(전세계약을 포함한 매수거래)가 금지돼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게 된다. 지난달 15일 서울 전역이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후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주민들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토허구역 해제'는 최대 핵심 현안으로 꼽힌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제333회 서울시의회 정례회에 출석해 "토허구역 지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 장관에게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검토해 보겠다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노원구 일대에는 약 300개의 '토허구역 해제 촉구' 현수막이 붙었다. 이들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낮은데도 토허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정비사업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셋째 주(11월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한 가운데 노원(0.01%→0.06%) 도봉(0.03%→0.05%) 강북(0.01%→0.02%) 등은 평균 대비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송파(0.47%→0.53%) 용산(0.31%→0.38%) 강남(0.13%→0.24%) 서초(0.20%→0.23%) 등은 평균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 지역이 서울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 차례 회의 만에 뚜렷한 중간 결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국간의 만남 자체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각자의 권한을 양보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결론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토허구역 지정으로 인해 서울시가 진행하는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의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토허구역 해제와 동시에 정비사업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도 논의 대상이다. 지난 13일 비공개 오찬에서 오 시장은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그린벨트 해제를 논의했다. 이후 김 장관은 전날 진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공급특별추진본부' 현판식에서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약 150㎢로 전체 면적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통해 추가 주택공급대책을 마련하고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겠단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앞서 추진한 서초구 서리풀지구의 그린벨트 해제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던 만큼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송 대표는 "두 기관의 정책 방향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설령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져도 신규 아파트 착공과 분양까지 15~2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빠른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시와 국토부는 이번 실무회의를 시작으로 정기 소통 채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이달 말 2차 실무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전달하고 협조가 필요한 사안을 빠르게 소통하겠다"며 "민간 공급 활성화와 함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공급대책을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