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금리보다 정책 변수… "내년 부동산 관망세 지속"
환율 1475원·서울 집값 4주 만에 반등… 금통위 '2.50%' 동결 무게
이화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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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 동결(연 2.50%)이 확실시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내 인하'의 기대가 남아 있었지만 서울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1470원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의 10·15 부동산대책 이후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됨에 따라 당분간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결 전망의 주요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불안 ▲환율 급등 우려 ▲국내 경기 회복세 등이 지목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당 1475.50원을 기록해 1500원을 위협하고있다. 10·15 대책 발표 이전 둔화됐던 서울 집값 상승세도 최근 다시 오름폭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후인 10월 셋째 주 0.50%에서 넷째 주 0.23%, 11월 첫째 주 0.19%, 둘째 주 0.17% 등으로 상승 폭을 줄여가다 4주 만에 다시 반등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환경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집값의 과열 현상이 진정되지 않는 한 금통위는 금리 인하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실제로 올해 금리 변동성은 예상보다 작았고 내년에도 금리와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부동산 거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환율 급등으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 주택시장은 올해보다 상승률이 둔화되고 거래량도 많지 않은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소멸… 고환율·집값이 '발목'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보다 통화량 팽창에 대한 우려가 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6519억원 불었다. 이미 10월 전체 증가 폭(2조5270억원)을 넘어섰고, 하루 평균 증가액(1326억원)은 7월(1335억원) 이후 가장 많다.
박 위원은 "대출 금리 인상과 은행의 대출 셧다운이 맞물려 숨고르기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가격 변동이 작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6월로 지방선거도 향후 부동산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수석위원은 "지속되는 공급 부족과 장기 경기 침체로 시장 과열과 진정이 반복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선거와 정책 변화에 따라 지방 부동산의 반등 여지가 있고 정부 규제 수위로 인한 과열과 진정의 반복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위원도 "지방선거를 전후로 세제개편안 논의가 본격화하면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바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가 예측된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내년에도 공급 부족이 명확하고 시장에 매물 자체가 부족한 만큼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보다 강보합세 속에서 관망하는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풍부한 유동성이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높이고 금융 강화 정책이 지속될 수 있다"며 "규제와 맞물려 금리 인하 시기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 정부 들어 정책의 영향력이 금리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식시장과 코인시장 등으로 자산이동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부동산으로 최종 귀결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면서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간 괴리가 커진 상황에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영향으로 추가 금리 상승도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가 1순위 변수였지만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등 규제가 강화된 만큼 정책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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