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미국 투자 플랫폼인 '한화퓨처프루프' 지배구조를 손질했다./그래픽=강지호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 투자 플랫폼인 '한화퓨처프루프'의 지배구조를 전면 개편하며 에너지·조선·방산을 아우르는 거대 투자 허브 구축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이 가진 지배력을 신설 법인을 통해 분산하고 그 빈자리를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의 자금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미국 내 에너지 전환과 방산·조선 사업을 하나의 축으로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관측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보유한 퓨처프루프 지분 50% 전량을 신설 해외법인 '한화디펜스에너지'에 1조1407억원에 매각한다. 매각 대금 중 약 2852억원은 자회사 한화큐셀 아메리카 홀딩스를 통해 퓨처프루프 유상증자에 재투입하고 나머지는 한화솔루션으로 유입된다.

핵심은 디펜스에너지의 주주 구성이다. 한화솔루션뿐만 아니라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의 미국 법인이 신규 주주로 합류했다. 한화시스템 USA 4279억원, 한화오션 USA 홀딩스가 약 4300억원을 각각 출자해 디펜스에너지 지분을 37.5%씩 확보했다. 한화솔루션이 보유한 디펜스에너지의 지분율은 25%다.


퓨처프루프의 지배구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50%)와 디펜스에너지(50%)' 체제로 바뀐다. 한화솔루션은 디펜스에너지를 통해 퓨처프루프 지분을 간접 보유(실질 지분율 약 12.5%)하는 형태로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800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실리를 챙겼다.

퓨처프루프는 2023년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설립한 북미 전용 투자회사다.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ESS(에너지저장장치), LNG 인프라, 우주, 조선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M&A를 주도하는 '김동관 체제'의 핵심 전진기지로 꼽힌다.


주영준 한화퓨처프루프 사장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아시아 태평양 LNG 협력'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조직 위상도 격상됐다. 한화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출신인 주영준 전 차관보를 퓨처프루프 대표(사장)로 영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 정부의 에너지·방산 정책과 규제를 정밀하게 분석해 투자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단독으로 짊어지던 투자 부담을 방산·조선 계열사가 분담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라며 "이는 퓨처프루프를 그룹 전체의 미국 투자 허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의 미국 사업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미국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 참여를 위해 필리조선소에 그룹 차원의 투자가 진행 중이고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퓨처프루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들 사업을 뒷받침하는 재무·투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조선·방산·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과 파트너십을 조율하는 동시에 한화의 대미 사업 확장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양광(솔루션), 방산전자·ICT(시스템), 함정·해양플랜트(오션)가 하나의 조직에 담기면서 향후 미국 해군 함정 수주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통합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미국 투자회사인 퓨처프루프 사업 영역 확장에 따라 투자 계열사가 변경됐다"며 "필리조선소로 미국 진출 중인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퓨처프루프 지분 확보에 함께 참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