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출신 가수 장우혁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직원이 1심에서 무죄를 판결받았다. 사진은 가수 장우혁 모습. /사진=뉴스1


아이돌그룹 H.O.T. 출신 가수 장우혁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진 소속사 직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6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김민정 판사는 지난달 29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소속사 직원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6월1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장우혁으로부터 두 차례 폭행 및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14년 초 해외 출장지에서 장우혁과 함께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장우혁이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갑자기 자기 뒤통수를 가격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0년 공연을 앞두고 장우혁이 마이크를 채워주던 중 욕설과 함께 손등을 맞았다고 밝혔다.


A씨는 "평소에도 (장우혁한테) 폭언과 인격 모독을 많이 당해왔지만 저는 그게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인 줄 알았다. 참아가며 일을 한 것 또한 제 결정이었기에 모든 것을 제 탓으로 여겼다. (주변에서) 제가 여자라서 (장우혁이) 많이 안 때린 것 같다고 말해주는 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장우혁은 A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며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출장지에서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는 내용은 사실로 봤다. 다만 2020년 방송국에서 폭행당했다는 내용은 허위로 판단해 지난 2023년 5월 A씨를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장우혁은 오히려 자신이 2020년 방송국에서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공연을 앞두고 허리에 찬 마이크 등을 정리하고 있는데 선이 잘 안 보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A씨가 도와주지 않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제가 도움을 요청하자 A씨는 제게 다가와 오른손으로 제 손을 '빡' 소리가 날 만큼 때렸다"고 주장했다. 장우혁은 이 사건 이후 무대 공포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장우혁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폭행으로 인한 통증이나 부상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으며 장우혁과 증인들의 법정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우혁의 매니저와 지인, 댄스 강사 등은 A씨가 장우혁을 폭행한 것을 직접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은 계속 번복됐다. 한 증인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장우혁의 두 손을 뿌리쳤다가 다시 오른손으로 내리쳤다"고 진술했으니 법정에서는 "오른손을 치워버리는 느낌으로 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인은 "사건 당일 장우혁으로부터 A씨에게 폭행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가 "들은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특히 A씨의 폭행을 직접 봤다는 지인은 지난 2021년 8월쯤 A씨와 전화 통화에서 이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우혁의 폭행 장소에 대한 진술도 번복됐다. 그는 당시 A씨와 통화에서 "대기실에서 날 때리지 않았느냐"고 했으나 법정에서는 '복도'에서 맞았다고 진술했다.

재판에서는 장우혁이 A씨에게 한 폭언 내용도 공개됐다. 장우혁은 A씨에게 "왜 이렇게 신경 쓰게 만들어. 너 일부러 그러지. 대본 리딩하는데 기분을 개X같이 만들어 놓냐고. 너는 이런 데 있을 애가 아니야. 넌 너무 감사해야 해. 이런 경험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무것도 아닌 게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라고 말했다. 또 A씨 외 소속사 직원 다수가 장우혁이 평소 폭언 및 폭행하는 모습을 직접 겪었거나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회사 대표와 직원의 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A씨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장우혁을 폭행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우월한 지위에 있던 장우혁이 감정이 격해져 A씨를 때렸다는 게 자연스럽다"며 "장우혁은 사건 장소와 주변인(목격자)의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했다. 이런 진술 태도와 내용의 불일치는 단순한 기억의 착오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자신의 행위를 감추고 사건의 가해자를 뒤바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진술은)구체적이고 상황과도 자연스럽게 부합한다. 만약 장우혁을 비방할 목적으로 꾸며낸 것이라면 폭행의 정도와 표현을 극적으로 묘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A씨가 허위 사실을 적시한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