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정년 연장 논의에 기업도 '인력 슬림화' 카드 만지작
인사평가 강화·명예퇴직·계약직 임원 확대 등 시나리오 살피나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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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정년 65세 연장에 속도를 내면서 기업들도 인력 슬림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저성과자·명예퇴직·임원 승진 등 합법적 구조조정 카드를 살펴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국민연금 수급 공백을 이유로 "정년연장은 구조적 과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법안을 9건 발의하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세씩 올리는 단계적 연장안도 논의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내년 상반기 정년연장·계속고용·정년폐지 등을 포함한 3트랙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 현실화 전에 내부 인력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직원 평가등급 배분을 기존 30·30·30에서 10·20·60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평가 하위 등급이 확대되면 저성과자군이 증가하고 경고→성과개선 프로그램(PIP)→퇴출로 이어지는 절차를 정당화 할 수 있다.
저성과자 해고도 법적으로 까다롭지만 대법원은 ▲공정한 평가 ▲3년 이상 지속된 저성과 ▲재교육·배치전환 등 개선 기회 부여 ▲평가자료의 객관성 등을 충족하면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2023년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건에 대해 3년간 하위 2% 성과와 1년 재배치 교육 기록이 인정돼 해고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은 고비용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를 개선할 방안으로 상시 명예퇴직 도입도 고심하고 있다. 연차가 쌓일수록 급여뿐 아니라 수당·복지·교육비 등 부대비용까지 상승해 명퇴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서 근속 30년 이상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의 2.95배로, 일본(2.27배)과 독일(1.8배)보다 높다. 정년을 65세로 늘릴 경우 60~64세 근로자 약 59만명을 유지하는 데 연간 30조2000억원이 소요된다. 대기업 상당수가 2년치 급여 지급 방식의 명예퇴직 상시도입을 고려하는 배경이다.
임원단을 활용한 구조조정도 가능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기업 임원 상당수는 1년 단위 계약직이며 계약 만료만으로 재직 관계가 끝난다. 일반 직원 해고보다 법적 리스크가 낮아 고참 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뒤 이듬해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조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부담만 키우는 정년연장 대신 직무전환·재교육 등을 포함한 패키지로 기업 부담과 사회적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본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공채 중심 구조라 정년만 늘리면 유휴 인력도 유지해야 해 인건비와 인력 운용 부담이 함께 커질 수 있다"며 "정년제 개편 추진과 함께 대기업을 포함한 고령 근로자 재고용·교육 지원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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