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밸류업 ETF 시장이 재조명받고 있다. 올해 평균 7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밸류업 ETF들이 새로운 정책 모멘텀을 만나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 의무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날 오기형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개정안은 신규 취득 자사주의 1년 내 소각 의무화, 기존 보유 자사주에는 6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장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이 약 3.2%, 코스닥은 약 2.1%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당순이익이 증가하는 구조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법안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25일 밸류업 ETF 13종은 일제히 상승했다. HANARO 코리아밸류업이 2.67%로 가장 높았고,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2.33%), KIWOOM 코리아밸류업(2.32%) 등이 2% 이상 올랐다.

밸류업 정책은 이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는 지난 10월 31일 1687.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올해 77.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71.2%)을 웃도는 수치다.


밸류업 ETF 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상장 밸류업 ETF 13종의 순자산총액은 1조928억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5624억원)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평균 수익률은 69.87%로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한 국내 공모펀드 테마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자산운용의 1Q 코리아밸류업이 71.46%로 가장 높았고, SOL 코리아밸류업TR(70.94%), PLUS 코리아밸류업(70.8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정부와 민주당의 일관된 밸류업 정책 기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1·2차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이 본격화된 2024년 현금배당은 6.3% 늘었고,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각각 129.3%, 189.6% 증가했다"며 "3%룰, 집중투표제 등이 2026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면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순자산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거래대금은 여전히 저조하다. KODEX 코리아밸류업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12억원에 그쳐 출시 초기인 지난해 11월(176억원)에서 급감한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자사주 보유를 예외로 인정하고 주주총회 보통결의만으로 처분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의무 소각이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유인을 줄여 오히려 주가 부양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