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2025에 전시된 한화시스템의 장사정포요격체계 다기능레이다.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방산 양산사업 확대와 수주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률 11%대를 기록하며 신용등급 'AA'를 회복했다. 천궁-II·L-SAM 다기능레이다 등 고채산성 사업이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안정성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한화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은 지난해와 올해 신규 수주가 4조원을 넘어서는 등 두드러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약 3조6000억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조2000억원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수주잔고는 2020년 약 4조1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 8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달 체결한 'L-SAM 다기능레이다'와 이라크향 '천궁-II 다기능레이다' 계약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방산 부문의 외형 확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끈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실적 개선도 뚜렷하다. 한화시스템 방산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5.4%에서 지난해 8.1%로 뛰었으며 지난 9월 말 기준 11.0%까지 상승했다. 고채산성 방산 양산사업 비중이 커지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은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수년간 수출 계약이 확대되면서 레이다·유도무기 체계 중심의 사업 믹스가 개선됐고 천궁-II와 L-SAM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형성됐다.


정보통신기술(ICT)부문 역시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실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지난해 ICT부문 매출은 6948억원, 영업이익률은 8.1%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ICT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그룹 내 디지털 전환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투자에도 재무 안정성이 유지된 점도 신용등급 상향의 기반이 됐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부터 도심항공교통(UAM),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등 신사업에 약 1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집행했고 한화오션 인수 참여(2023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2024년), 호주 조선사 오스탈 지분 취득(예정), 미국 퓨처프루프 지분 투자 등 계열 관련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97.0%, 차입금의존도는 11.2%에 그쳤다. 2021년 진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확보한 유동성, 방산 양산사업의 선수금 유입 구조, 연말 결제대금 집중 등 산업 특성이 재무 부담을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한화시스템이 지난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노후 설비, 낮은 생산성, 고임금 구조 등으로 2018년부터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왔다. 조선소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하며 미국 조선업 재건 정책에 기대더라도 단기간 내 실적 개선 폭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필리조선소는 올해 9월 기준 연결 기타부문에서 7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신평은 필리조선소 리스크가 단기 부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오션과의 조선 분야 시너지가 확대되고 미국 정부의 조선업 재건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생산효율 개선 작업이 병행될 경우 손실 폭이 점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권혁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방산부문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개선된 영업수익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필리조선소는 단기간 내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렵지만, 한화오션의 지원과 미국 조선업 재건 추진, 설비투자 및 생산효율성 제고 노력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