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본사 입구 모습. /사진=뉴시스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전량 매각해 최소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주요 상장사 투자에 적극적인 호반이 상장사 지분 취득 등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곳으로 18%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이 꼽힌다. 이에 전문성이 우선시 되는 항공업이에 비(非)항공업 기반 기업이 대한항공의 모회사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서면 국가기간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은 지난 3월부터 장내 매수를 통해 4%대까지 끌어올렸던 ㈜LS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시점인 10월 당시 ㈜LS주가가 3월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던 만큼 매각 대금은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호반은 ㈜LS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외에도 내년에도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이 운영하는 민간임대 아파트 가운데 분양 전환이 예정된 구미 호반베르디움(잔여 300세대)과 춘천 거두 호반베르디움에코(345세대)에서만 약 16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여기에 주요 계열사 영업이익을 합치면 4000억원 넘는 현금도 가능할 수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LS 지분 매각과 관련해 회사가 확인한 사실은 없다"며 "외부 보도는 모두 추측일 뿐이며 이를 전제로 한 자금 활용 계획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업계는 호반이 확보한 현금이 한진칼 지분 추가 확보에 쓰일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호반은 2022년 이후 한진칼 지분 18.46%(약 1232만주)를 확보해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자(20.52%, 약 1369만주)와의 격차를 2.06%포인트까지 좁혀 놓았다. 최근 한진칼 주가 10만1000원대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호반은 ㈜LS지분 매각 대금만으로도 한진칼(총 주식수 6676만주) 200만주(지분 약 3%) 넘는 주식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호반과 조원태 회장측 지분은 역전될 수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대주주가 경영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항공사는 국내 항공산업의 중심이기 때문에 비전문 기업의 지분 확대가 지배구조 불안을 초래하면 산업 전체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금융·통신처럼 항공업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부재하다"며 "(이로 인해 )항공 산업 관련 역량 및 경험이 없는 기업이 지분만으로 경영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적 공백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도 "항공운송산업은 안전·보안·운항 등 복합 시스템이 50년 넘게 축적돼 형성된 산업인데 단기간에 자본력만으로 경영을 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대형항공사는 국가 SOC(사회 간접 자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경영권 변화가 산업 전체와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전문성 없는 주체가 항공사를 인수하면 결국 초점이 '국가 SOC로서의 항공운송 기능'이 아니라 자산 가치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서비스 품질, 고객 편익, 안전 투자 등이 후순위로 밀리면 승객과 주주 모두가 장기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호반과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개되면 개미 투자자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전문 기업의 지분 매집으로 경영권 불확실성이 커지면 항공사 가치가 왜곡되고 주식 투자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반이 매매했던 ㈜LS 주가는 매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크게 상승했었다. 호반의 지분 매입 소식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 3월12일 직후 하루 만에 10만1800원에서 12만1100원으로 19% 올랐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지난달 4일에는 장중 23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호반이 지분을 팔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LS 주가는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KRX 기준 ㈜LS 종가는 17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