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코스피] 부진한 항공주… 노선 경쟁 심화·고환율에 '신음'
저조한 저가항공사 주가…중단거리 노선 경쟁·고환율 이중고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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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체크!코스피]는 국내 코스피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코너입니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이 주가 부진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노선 경쟁 심화로 인한 실적 악화와 함께 환율 등 외부 요소까지 겹친 탓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항공사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11월28일 대한항공 목표 주가를 3만1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9.7% 하향 조정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같은달 26일 대한항공 목표 주가를 3만1000원에서 3만원으로 낮췄다.
다른 항공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진에어의 목표 주가 전망치는 10월31일 1만1250원이었지만 12월2일 9700원까지 낮아졌다.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6867원에서 6038원이 됐다. 티웨이항공도 1900원에서 1700원까지 내렸다.
코스피(한국거래소 기준)는 10월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2.25% 하락했지만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2일까지는 3.87% 상승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된 항공사 주가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부진했다. 대한항공 주가는 1개월 기준 0.89% 하락했고 1주일 기준으로는 4.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1개월 7.13% 1주일 –0.24% ▲진에어 1개월 –7.32% 1주일 0.91% ▲제주항공 1개월 –5.24% 1주일 1.88% ▲티웨이항공 1개월 –12.69% 1주일 0.06%의 등락률을 보였다.
업계에선 이처럼 항공주가 힘을 받지 못한 이유로 경영 실적 악화 영향이 크다고 본다. 단거리 여객 분야 경쟁 심화에 더해 환율 등 외부 환경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경쟁 구도와 환율 모두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수영 한화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단거리 노선 수요는 다소 위축됐는데 공급은 늘어 경쟁이 심화됐다"며 "계절성 이슈에 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실적 부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중·단거리 노선인 일본의 경우 7월 대지진 설에 더해 무더위로 인해 여행 수요가 줄어들었고, 동남아 노선은 추석이 4분기인 10월에 있어 9월에는 상대적으로 여행 수요가 둔화됐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진에어와 제주항공, 티웨이의 합산 공급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나는 등 경쟁은 심화돼 단거리 노선에서의 운임 하락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다"고 했다.
환율도 우려 요소다. 항공기 리스 비용이나 항공유 결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 기준 하나은행 고시 기준 환율은 9월16일 1379.80원을 나타냈지만 이후 급등해 11월24일에는 1475.20원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1470원선을 오가는 중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항공사의 항공기 리스 비용이나 항공유 등 사용 비용의 45%에서 50% 가까이는 외화로 지불된다"며 "환율이 높아지면 저가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같은 대형항공사에도 악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높은 환율은 항공사뿐만 아니라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주는데 고환율로 인해 항공권 가격이나 해외여행 수요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양안 관계 관련 강경 발언으로 불거진 중일갈등으로 인한 '한일령'에 대해서는 항공사들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김영호 연구원은 "해당 사안에 대한 제 대답은 '맞지만 틀리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항공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국인들의 출국 수요라서 한일령이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곧바로 실적으로 100%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한국을 방문할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한국 항공사만을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 김 연구원은 "외항사가 한국행 운항의 30%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수요를 나눠 가져간다"며 "여행객이 늘어나 중국이나 일본 국적기 예약이 다 차서 한국 항공사까지 넘어온다면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한 개선이 이뤄지기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실적 악화 구도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항공 여행 성장 사이클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영호 연구원은 "2010년대의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시장이 그간 급성장했으나 이제는 여객 수가 전국민의 50%를 넘긴 상황"이라며 "출국자 수가 앞으로 계속 성장할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11개나 되는 항공사가 경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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