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에 약 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추가로 공급한다.사진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참관객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에 약 2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추가로 공급한다. 지난해와 올해 세차례에 걸쳐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또 한번의 계약을 성사시키며 양사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8일 메르세데스-벤츠 AG와 2조6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계약 금액과 기간 등 세부 조건은 향후 고객과의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규모는 지난해 매출액 25조6196억원의 약 8%에 해당한다. 배터리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며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1일부터 2035년 6월30일까지다.


양사의 협력 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 공급 계약을 통해 구축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메르세데스-벤츠와 총 약 15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50.5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각각 75GWh와 32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이 같은 협력 관계는 지난달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의 LG그룹 방문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당시 "LG와 메르세데스-벤츠는 혁신과 품질,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차량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 계약이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적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9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40종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한 만큼 프리미엄 모델부터 엔트리급 모델까지 다양한 세그먼트에 대응할 배터리 공급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능 하이엔드 모델에는 원통형 46시리즈, 표준형과 중저가 모델에는 고전압 미드니켈(Mid-Ni) 파우치형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현지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늘려온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반격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유럽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