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두고 정치권과 경제계가 머리를 맞댔다. 사진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에서 경제8단체와의 간담회가 끝난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와 만난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두고 정치권과 경제계가 머리를 맞댔다. 경제계는 제도 도입 시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취약해지는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와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태스크포스(TF)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에서 경제8단체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측에서 권칠승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TF 단장과 오기형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허영 원내정책수석, 김남근·이강일·박홍배·안도걸·김영환·정준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에서는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김준만 코스닥협회 본부장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간담회에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제도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안에는 ▲기업이 새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1년6개월 이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 코스피 5000특위는 "자사주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관행을 차단하려는 조치"라며 연내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의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사주 매입이 적대적 M&A에 노출된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어 수단인 만큼 이를 일괄적으로 제한하기 전에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관련해 "지난 9월 1·2차 상법 개정 논의 때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큰 방향에는 경제계도 동의하지만 2차 개정 후 막 발효된 조항도 있고 발효 전인 조항도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지분이 있는 기업에 자사주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기존 보유 자사주의 처분 기간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 ▲비상장 벤처·창업 기업 등 특수성을 고려한 예외 규정 마련 ▲경영상 필요에 따라 자사주를 제3자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측은 경제계와 큰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제도 설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이날 발언에 나선 권칠승 TF단장의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민주당 측은 경제계와 큰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제도 설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북구을)은 "기본 취지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세부 규정은 조율이 필요하다"며 당 차원의 검토를 거쳐 향후 내용을 구체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배임죄 폐지 이후 마련될 대체 입법에서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민주당과 경제계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이 자칫 배임죄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에서는 임무 위배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배임죄는 모호한 처벌 기준 때문에 경영인의 의사결정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경제계는 기업인의 경영권 보장 차원에서 배임죄 폐지를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현재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민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대체 입법을 논의 중이다. 권칠승 TF단장은 "배임죄 폐지와 관련해 경영 판단 원칙을 우선적으로 보완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대한 대체 입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제 형벌 민사 책임과 관련 경영 판단 원칙 명문화는 당내 TF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배임죄와 관련해 수정·보완해야 할 다른 조항들도 있어 전체적인 대체 입법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기존의 경영권 방어 장치가 약화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할 추가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기업 M&A 과정에서 특정 주체가 25% 이상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일반 주주들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경영권 인수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만큼 적대적 M&A를 억제하는 방어 장치로도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