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1·2·5·6블록)를 재입찰한 결과 기존 사업자의 관계사인 케이앤트의 시행이 확정된 가운데 현행 입찰 규정의 미비를 둘러싼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GTX-A 운정중앙역. /사진=뉴시스


유동성 위기로 사업을 포기했던 시행사의 관계사가 동일 부지 입찰에 다시 참여하며 제도의 허점이 지적된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운정중앙역 역세권인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재입찰에서 기존 사업자였던 인창개발의 관계사가 새 시행사로 확정돼 입찰 규정에 논란이 제기된다.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1·2·5·6블록)의 재입찰 결과 케이앤트의 시행이 확정됐다. 케이앤트는 지난 16일 계약금(낙찰금액의 10%)을 완납해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앞서 케이앤트는 지난 1일 마감된 해당 용지 재공급 경쟁 입찰에서 약 5000원을 투찰했다. 공급 예정가(4500억원)보다 500억원가량 높은 금액이지만 기존 지가(7260억원) 대비로는 2260억원 이상 하락했다.


업계는 유동성 위기로 사업을 포기했던 인창개발의 특수관계법인이 편법 입찰을 했다고 보고 있다. 케이앤트는 기존 사업자인 인창개발의 김영철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인창개발은 2021년 12월 LH로부터 해당 부지를 7260억원에 낙찰받았으나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못했다. LH는 지난 5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사업 중단 5개월이 지난 10월에 1300여명의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계약 취소 사실을 통보받았다. 인창개발은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기 위해 LH를 상대로 700억원대 위약금 반환 소송도 검토 중이다.


이후 지난 10월 게시된 파주운정3지구 공급공고에 '공동주택용지를 공급받은 사업자가 사전청약 시행 후 사업을 취소한 경우, 해당 사업자는 상기 공동주택용지 청약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된 사업자명이 다르기 때문에 현행법상 동일 업체로 분류할 수 없다"며 "계열사 참여에 대한 비판 여지가 있고 이는 제도의 문제에 해당해 당국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찰 제한 근거 없어"… 국토부도 난처

정책 당국은 계열 관계에 있더라도 법적으로 분리된 법인의 입찰 참여를 제한할 명확한 근거가 없지만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전경. /사진=뉴시스


당국은 계열 관계에 있더라도 법적으로 분리된 법인의 입찰 참여를 제한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난처한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두 기업이 계열 관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계약이 해지된 업체는 재매각 시 입찰 참여를 제한하지만 이번처럼 계열사가 참여하는 상황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현재로서 없다"며 "계열사와 모회사는 법적으로 별개 회사인 만큼 동일 업체로 보고 제한할 경우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도 "정식 절차에 따라 경쟁 입찰에 참여해 낙찰된 사례로 현행 규정상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파주운정3지구는 2022년 6월 사전청약을 진행했으나 본청약 지연과 사업 취소 과정을 거치며 입주 예정 시기가 당초 2027년에서 2030년 이후로 늦춰졌다. 입주 지연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며 자금 조달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앞으로 주택용지 매각 자체가 제한돼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재매각은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LH가 시행을 맡기로 한 현재로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제한은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계약 해지 후 계열사의 재참여가 반복되는 상황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재무 여건과 안정성, 신용도가 충분히 검증됐는지가 핵심"이라며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본 PF로 넘어가는 과정에 부실이 누적된 사례가 적지 않다. 새 사업자가 기존 입주자들에게 약속한 서비스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계열사 참여를 금지하기 어렵더라도, 행정 부담을 초래한 경우 '특약' 등 보완 장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