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동조합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에 대해 지지와 협력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사진은 강성두 영풍 사장이 지난 3월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가운데 고려아연 노조원이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뉴시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노동조합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에 대해 지지와 협력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원을 투자해 현지에서 기초금속부터 희소금속까지 다양한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대형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미국 제련소 건설은 세계 비철금속 1위이자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고려아연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확실한 투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명실상부한 비철금속 세계 1위 기업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조도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미국 정부가 투자하고 보증하는 미국 내 생산 거점을 구축할 경우 수출 규제나 물류 차질 등 글로벌 리스크를 사실상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며 "사업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에 출자와 대출 등 수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련소가 신속하게 건설될 수 있도록 각종 인허가와 승인 절차를 지체 없이 지원하고 향후 안정적인 운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구매 측면에서도 뒷받침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노조는 미국 제련소 건설이 온산제련소에 대한 투자와 안정적인 고용 창출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고려아연은 울산에 뿌리를 둔 향토기업으로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과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노동자의 이익과 고용, 지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북미 시장 구축이라는 명분은 노동자의 지지와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행히 최고경영진이 게르마늄·갈륨 생산 설비 구축과 차세대 핵심 광물 연구개발(R&D)센터 건립 등 향후 5년 동안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국내 투자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온산제련소 확장과 미국 제련소 건설을 위해 2026년 채용 규모를 두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울산을 포함한 국내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핵심 광물 자립도 강화와 친환경·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향해 비판을 제기했다. 노조는 "MBK·영풍 연합에 경고한다"며 "미국 제련소 건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반대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소송을 남발해 회사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밝혔다.

이어 "십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로도 부족한 것인가"라며 "수많은 납품업체와 노동자에 이어 이제는 미국 정부와까지 소송을 벌이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경영권 탈취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 MBK는 고려아연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