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 가격 인하를 골자로 한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해 제약·바이오업계가 반대 의견을 냈다. /사진=김동욱 기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정부 주도 약가 제도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제네릭(복제약) 가격 인하로 인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신약개발 등 R&D(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약가 개편 강행에 대한 산업계 우려와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대위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가 참여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선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시행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됐다. 정부는 약제비 관리를 통해 국민 부담을 줄이고 신약개발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에 약가 제도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 수준에 불과하다. 약가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게 비대위 시각이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번 (약가 제도) 개편안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선안을 도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약가 제도 수립 과정에서 산업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수익 1% 하락 시 R&D 1.5% 감소… 5대 강국 목표 요원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약가 제도 개편은 수익 감소를 촉발해 R&D와 품질 혁신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비대위는 기업 수익이 1% 감소하면 R&D 활동은 1.5% 감소한다고 봤다. 신약개발과 파이프라인 확장, 기술 수출로 이어온 산업의 성장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그 결과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비대위는 예상했다.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약가 제도 개편안은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이미 수익성이 한계에 도달한 한국 제약산업의 붕괴를 가속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 이어 "제약산업 기반이 무너지면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약·바이오 5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도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가 제도가 개편되면 대규모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했다. 제약산업은 다른 첨단 제조업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 한국은행 산업연관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매출 10억원당 고용유발계수는 ▲제약 4.11명 ▲반도체 1.6명 ▲디스플레이 3.2명 등이다. 약가 인하 시 산업 전체 종사자 약 12만명 중 10% 이상이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류형선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은 "제약산업 정규직 비중은 94.7%로 전 산업 평균인 61.8%를 크게 웃돌고 석박사 비중은 69.2%에 달한다"며 "고급 인력 중심 일자리가 위축된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자리 감축 영향은 지방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제약산업 생산시설 653개와 연구 시설 200여개가 전국 17개 시도에 분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