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MADEX'에 전시된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모형. /사진=최유빈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결국 '경쟁입찰'로 재개되면서 수주전이 사실상 2라운드에 돌입했다. 방위사업청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경쟁 방식으로 확정하면서 한화오션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겉으로는 보안 감점을 적용받는 HD현대중공업이 열세인 구도지만 기본설계 이력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변수가 남아 있어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경쟁입찰로 최종 의결했다.

방사청은 "방추위에서는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반적 원칙 준수와 사업 참여 기회 부여 등 가능한 지명경쟁 방식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행 업체를 결정하는 것으로 사업추인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사청의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동일 선상에서 제안서를 제출해 평가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2020년대 중반 한국 해군 전력 증강의 핵심으로 꼽히는 KDDX 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사의 경쟁도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우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HD현대중공업에 부과된 보안 관련 감점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에 총점 기준 1.8점의 감점을 적용해 왔고 이 감점 효력이 이번 KDDX 경쟁입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동일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전제로 할 경우 감점 유무는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경쟁입찰 확정이 곧바로 한화오션의 수주 확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핵심은 '설계 연속성'이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단독으로 수행해온 사업 주체다. 함정의 전체 개념 설계, 체계 통합 구조, 주요 장비 배치와 운용 개념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상세설계 단계에서 구조적 이점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KDDX는 단순 선체 건조를 넘어 전투체계, 레이더, 무장 통합이 핵심인 고난도 플랫폼이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간 기술적 연속성이 단절될 경우 설계 변경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사청이 발주 예정인 제안요청서(RFP)에서 사업 연속성, 설계 이해도, 체계 통합 역량 등에 얼마나 높은 배점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안 감점의 법적 효력 역시 변수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된 보안 감점이 1년 연장된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일자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고 물러났다. 보안 감점이 연장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이 보안 감점 효력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감점 부담 없이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 개념설계를 진행한 한화오션의 기술력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청의 판단 부담도 적지 않다. 경쟁입찰을 택한 이상 형식적 공정성뿐 아니라 실질적인 사업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KDDX는 단일 함정 사업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한국 해군 구축함 전력의 기준이 될 플랫폼이다. 초기 설계 오류나 사업 지연은 곧바로 전력 공백과 예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이라고 해서 한화오션에게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HD현대는 보안감점 가능성이 있지만 기본설계를 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수주 결과를 예측 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감점 여부 역시 아직 불분명하기 때문에 내년 초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