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현직 공화당 의원인 대럴 이사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들이 쿠팡 감싸기에 나섰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사진은 대럴 이사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인사와 현직 공화당 의원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두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이들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보안 사고의 본질은 외면한 채, 사태를 '한미 통상 갈등'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외신과 뉴스1 등에 따르면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 국회가 공격적으로 쿠팡을 겨냥하는 것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처"라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표적 삼아 기업의 노력을 저해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강력하고 조율된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개입을 촉구한 셈이다.


공화당 소속 대럴 이사 하원의원(캘리포니아)도 지난 22일 보수 매체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상대로 "공격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쿠팡과 함께 애플, 구글, 메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규제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브라이언·이사 한국 규제 저격… 보안 사고 책임은 '침묵'

그러나 이들은 쿠팡의 명백한 보안 관리 부실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이번 사태는 쿠팡 전 직원이던 중국인이 내부 시스템 접근 권한을 이용해 한국 인구의 65%에 달하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다. 쿠팡은 이를 약 5개월간 인지조차 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범정부 합동 조사단을 꾸려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치권이 '보안 실패'라는 팩트 대신 '자국 기업 차별' 논리를 들고나온 배경에는 쿠팡의 막대한 대미 로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은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나오지만,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법인을 두고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다.


미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된 2021년부터 약 5년간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총 1075만달러(약 156억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를 기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로비 대상에는 백악관, 국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 핵심 기관이 포함됐다.

실제로 미국의 압박은 가시화되고 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USTR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문제 삼아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쿠팡 사태가 기업의 보안 이슈를 넘어 통상 압박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