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FSD가 국내에서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래차 R&D 조직을 개편하는 등 기술 격차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테슬라의 감독형 FSD(완전자율주행)가 국내에서 파장을 일으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축으로 미래차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하는 등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테슬라는 미국·캐나다·중국에 이어 한국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서비스를 출시했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 전방 주시만으로 도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기술이다. GM 산하 브랜드 캐딜락도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 크루즈'를 적용한 '에스컬레이드 IQ'를 선보였다.

경쟁사들이 자율주행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선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그룹의 SDV 전환을 주도해온 송창현 전 AVP본부장(사장)이 사임하면서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현재차그룹은 지난 6년간 송 전 사장이 대표로 있던 포티투닷에 총 2조1504억원을 투입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일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율주행은)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수장이 자율주행 기술 부진을 직접 인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미래차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R&D본부와 AVP본부로 분리돼있던 차량 개발 조직을 장재훈 부회장 산하로 통합해 일원화했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이 R&D본부장을 맡았으며 현재 공석인 AVP본부장은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IT 역량 강화를 위해 ICT(정보통신기술) 담당 진은숙 부사장도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정 회장의 자율주행 기술 점검도 진행됐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 포티투닷 판교 사옥을 찾아 아이오닉 6 기반 자율주행차를 약 30분간 시승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SDV 전략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최근 차세대 AI칩 '블랙웰' GPU 5만장을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정밀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데이터 학습 역량을 고도화해 기술 개발의 질적 향상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