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요리 문화가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사진은 쎄조니의 '계절 야채 바냐 카우다'. /사진=다이어리알


이탈리아의 요리 문화가 지난 10일 유네스코(UNESCO)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를 추진해 온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요리를 "전통이 어우러진 문화적·사회적 혼합체"이자 "자신과 타인을 돌보고 사랑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이번 등재의 배경에는 이탈리아 요리가 지닌 강한 지역성과 일상성이 자리한다. 이탈리아는 가정과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 속 음식 문화를 유지해 왔다. 같은 파스타라도 지역마다 밀가루의 배합과 소스가 다르고 레시피보다는 전승과 합의, 관습을 우선시한다는 점이 다른 나라의 요리 문화와 구분된다.

전통 식재료 보호 제도와 지역 요리 명칭에 대한 집착, 가정식과 슬로 푸드 운동의 확산은 '변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라는 이탈리아 요리의 본질을 보여준다. 빠르게 표준화되고 글로벌화된 외식 산업 속에서도 이탈리아가 여전히 지역 중심의 음식 지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내에서도 이탈리아 요리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주한 이탈리아 무역공사(ITA)는 매년 11월 셋째주에 열리는 '이탈리아 세계 음식 주간'을 기념해 이탈리아 치즈를 주제로 프로모션을 펼쳤다.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이탈리아 요리를 더욱 깊게 탐구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쎄조니(Sézoni)

쎄조니는 '다가오는 계절의 향기'를 주제로 익숙하지만 가볍지 않은 한 접시를 지향한다. /사진=다이어리알


'다가오는 계절의 향기'를 주제로 이탈리아의 전통과 한국의 자연, 제철의 맛이 한 테이블 위에서 조화롭게 만나는 곳이다. 단순함 속의 깊이를 중시하며 익숙하지만 가볍지 않은 한 접시를 지향한다. 이태우 셰프는 생면 파스타바 '에비던스' 헤드셰프, 컨템퍼러리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줄라이' 수셰프를 거쳤다.

수제 생면 파스타가 중심을 이루는 메뉴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구성된다. '블랙트러플 알프레도 파스타'는 이탈리아 써머 블랙 트러플과 버터의 풍미가 돋보인다. 전채로 선보이는 '계절 야채 바냐 카우다'는 이탈리아 전통 소스에 한국산 제철 채소를 곁들여 이곳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따뜻하고 고소한 소스의 깊이와 채소의 상큼한 식감이 조화를 이룬다. '구운 가지와 훈제 치즈를 채운 메짤루네'는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가지와 스카모르짜 치즈를 채운 반달 모양의 라비올리다.


이탈리아 치즈 메뉴를 별도의 섹션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지역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치즈, 롬바르디아(Lombardia) 지역의 '탈레지오(Taleggio)' 치즈, 피에몬테(Piemonte) 지역의 '토마(Toma)' 치즈 등 이탈리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치즈를 비롯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치즈까지 단독으로 즐길 수 있게 구성해 이탈리아 미식의 근간을 분명히 드러낸다.

뽀모(POMO)

뽀모는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간편식 브랜드다. 사진은 뽀모의 최상급 대서양 수제 훈제연어. /사진=다이어리알.


이탈리안 파인다이닝 리스토란테 에오의 어윤권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간편식 브랜드다. 정교한 레스토랑의 기술을 일상에 접목한 곳으로 식사를 즐기는 동시에 이탈리아 식재료와 소스, 간편식을 구매할 수 있다. 실용성과 완성도에 집중한 공간 구성은 점심의 간결한 식사부터 저녁의 여유로운 테이블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최상급 대서양 수제훈제연어, 머그잔에 콤팩트하게 제공되는 컵파스타, 시칠리아식 참고등어 훈제 등 7000원~1만원선 메뉴들도 상당수를 이룬다.

파올로데마리아(Paolo De Maria)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가 직접 생면 파스타를 뽑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연희동에서 이탈리안 파올로 데 마리아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우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부여하는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의 '톱 이탈리안 레스토랑 2026' 한국 부문에 선정됐다. 요리에 사용되는 식재료를 대부분 이탈리아로부터 공수하며 매장에서 사용되는 파스타면은 모두 셰프가 직접 뽑은 생면 파스타다. 큰 새우를 곁들인 레몬크림소스의 가레띠 파스타와 디저트 트롤리가 유명하다. 아래층에서 이탈리아식 브런치와 100% 수제 이탈리아 젤라토를 판매하는 다파올로(Da Paolo)도 운영 중이다.

리틀앤머치(Little&Much)

리틀앤머치는 파네토네 전문 베이커리 겸 카페다. 사진은 클래식 파네토네. /사진=다이어리알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유래된 빵 '파네토네'를 전문으로 하는 베이커리 겸 카페다. 파네토네는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신년에 먹는 빵으로 이곳에서는 가장 전통적인 형태인 건과일, 오렌지, 바닐라가 들어간 클래식 파네토네와 초코, 플레인, 생강레몬 등 다양한 플레이버를 선보인다. 파네토네 시즌인 12월엔 더욱 다양한 맛을 선보이며 굽지 않은 상온 상태 그대로 따뜻한 라테와 함께 즐기면 맛이 배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