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네이버 손자회사 6개 법인(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8월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2025년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 복지 개선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IT 산업 전반에 노동 이슈가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2021년 네이버 직원 사망사건 이후 잠잠하던 IT업계 노조들이 잇따라 행동에 나서며 IT업계에도 산업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네이버 직원 A씨가 "업무 스트레스가 견디기 어렵다"는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직원이 속했던 조직의 리더였던 최인혁 당시 사업부문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올해 5월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복귀하면서 갈등은 다시 불붙었다.

당시 네이버 노조가 발표한 진상 규정 최종보고서는 직원의 극단적 선택 원인으로 과도한 업무 부담·인력 통제·불분명한 지시와 모욕적 언행·상급 임원의 절대적 인사권을 지적했다. 노조는 최 대표 복귀에 즉각 반발하며 5월 15일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고 사업부 출범 당일부터 피케팅 시위를 시작했다. 복귀 반대 총투표에서는 98.82%의 조합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 노조는 이달 들어 주주행동에도 나섰다. 최 대표 복귀 절차의 적법성을 검증하기 위해 네이버 이사회 회의록과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고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모아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 사태는 곧 IT업계 전반의 노조 연대로 번졌다. 지난 7월에는 카카오지회·넥슨지회 네오플분회·한글과컴퓨터지회 등 화섬식품노조 산하 23개 IT지회가 공동행동에 나섰다. 약 200여 명이 참여한 이 집회는 플랫폼·게임·소프트웨어 업계 주요 노조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낸 사례로 평가된다.

주요 IT기업에서도 노사 불씨가 확산됐다.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은 지난 6월 그룹 출범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했으나 교섭 타결 직전 합의에 이르며 철회했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조도 같은달 성과급 지급과 균등 분배를 요구하며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단행했다. 약 50일간의 쟁의 끝에 10월 해산이 결정됐지만 11월 노사 합의로 일부 요구가 수용되며 마무리됐다. 한글과컴퓨터노조도 지난 7월 창립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IT업계 노동운동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기술 중심 산업에서도 인권·보상·책임 구조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그동안 IT업계는 노조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산업으로 분류됐지만 팬데믹 이후 조직문화와 보상 문제, 초거대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노동조합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IT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도 개별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최근 대형 IT·SW 기업을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