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의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이 49조원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에도 올해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부문에서 대형 건설업체들이 최대 수주 실적을 세웠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들은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이 49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업체의 올해 재개발·재건축 수주 총액은 48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22년 기록한 종전 최대 기록 42조원을 경신한 수치다. 지난해 27조8608억원과 비교하면 75% 증가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양강 체제가 공고해졌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각 사 기준 역대 최대 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11개 사업장에서 총 10조5105억원을 수주해 정비사업 10조클럽에 입성했다. 현대건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22년(9조3000억원)의 기록을 1조원 이상 웃도는 규모다. 삼성물산도 9조2388억원을 수주해 2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3조6398억원) 대비 약 154% 늘어난 수치이자 2006년 종전 최고치(3조6600억원)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GS건설은 6조3461억원을 수주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3조1098억원)보다 수주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5조원 이상을 수주했지만 현장 사고 여파로 주춤해 연 5조9623억원을 달성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4조801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1조3331억원)의 3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 ▲대우건설(3조7727억원) ▲DL이앤씨(3조6848억원) ▲롯데건설(3조3668억원)도 전년 대비 정비사업 수주 규모를 늘렸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9823억원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지난해(1조3073억원)보다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상반기에 발생한 중대재해 영향으로 신규 수주를 중단했다.

성수·압구정·여의도 대기… 내년에도 수조원대 수주전

사진은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내년에는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서울 핵심지역에서 대형 정비사업이 줄줄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수조원 규모의 사업이 잇따라 시작되며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총사업비 2조1540억원의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재개해 조합은 지난 30일 현장 설명회 개최했다. 현설에는 GS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금호건설 등이 참석했다. 입찰 마감은 내년 2월 20일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맞대결이 예고된다.


성수4지구도 지난 26일 현설을 개최했다. 총사업비 1조3628억원 규모로 입찰 마감은 내년 2월 9일이며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4구역 재건축도 내년 초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사업비는 2조원으로 인근 사업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경쟁이 예상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재건축 통합심의를 통과해 본궤도에 올랐다.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이 관심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정비사업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상승 등 여파로 사업 리스크가 커지면서 조합들이 안정성과 자금력을 중시하고 이는 대형사 중심 수주 구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장도 "사고 이력에 따른 페널티와 금융 규제로 중견사와 대형사 간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당분간 수주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