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시내 휴대폰판매점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가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한 가운데 타 통신사로 이동하려는 고객이 몰리면서 번호이동 전산 오류가 이틀 연속 발생해 주목된다. 해당 사안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장애사업자'로 신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KT는 일시적 현상이라 그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KTOA도 이를 지연 수준으로 판단해 고객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SK텔레콤은 오전 10시13분 LG유플러스는 오전 10시5분부터 KT에서 이동하려는 고객의 개통이 몇 시간 동안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 오전 10시5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도 KT와 KT MVNO(알뜰폰) 전산망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한때 정상화되는 듯했지만 저녁 6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전산이 다시 마비된 바 있다. 주말 개통 물량이 평일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트래픽이 급증했고 이를 전산 시스템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전 및 퇴근 시간대는 트래픽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번호이동 업무는 KTOA 관할이다. 통신사업자 회원사로 구성된 중립기관 KTOA 회장은 현재 김영섭 KT 대표인데 배정된 통신사 CEO(최고경영자)가 회사 대표로 선임될 때 관행상 회장을 승계한다. 통상 통신사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해당 사업자는 KTOA에 자발적으로 장애 발생 사실을 신고하고 '장애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그러면 KTOA와 협의를 거쳐 인증 단계 간소화 등 비상 조치가 이뤄진다.

KT는 이번 사안을 '일시적 지연'으로 판단해 장애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KTOA 역시 장애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해 논란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10분 이상 전산작업이 미뤄질 경우 장애로 간주해 강도 높은 대책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KTOA 관계자는 "장애사업자 등록 없이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1단계 KTOA 사전 동의 단계를 해제했다"고 밝혔다.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KTOA가 절차 간소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2단계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산 장애가 발생하면 통신사는 전산망 내에서 다양한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소해야 하지만 이러한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애사업자로 등록될 경우 KTOA는 기본적으로 번호이동 업무를 중단시키고 통신사는 네트워크 용량 증설이나 오류 시정 등에 나서야 한다. KT 사례처럼 번호이동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더라도 이틀 동안 수시로 지연이 반복된다면 사실상 장애와 다름없다는 시각이 많다.

과거 SK텔레콤 역시 해킹 사태 이후 번호이동 고객이 급증하면서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전례가 있다. 지난해 4월29일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했으며 복구 작업을 거쳐 오후 5시쯤 정상화됐다. SK텔레콤은 당시 KTOA에 장애사업자로 신고한 뒤 사전 동의 인증 단계를 건너뛰고 자체 조치를 시행해 추가 오류 없이 상황을 마무리했다.


KT는 지난달 30일 '침해 사고 관련 대고객 사과와 정보 보안 혁신 방안'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해지하는 고객에 대해 지난해 12월3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1일부터 12월30일 사이 이미 해지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되며 위약금은 고객 신청을 거쳐 환급될 예정이다.

위약금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전산 장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사후 대응과 안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약금 면제 기간 중 발생한 전산 장애는 고객의 이동권을 제한할 수 있고 KT 번호이동 처리가 지연될 경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의 이동 규모가 줄어 통신 시장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산 휴무였던 지난 일요일 개통분까지 반영되면서 5일 하루 KT 이탈 고객은 2만6394명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KT 해지 고객은 ▲SK텔레콤 1만9392명 ▲LG유플러스 4888명 ▲알뜰폰 2114명으로 집계됐다.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작년 12월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KT 이탈 누적 고객은 총 7만9055명으로 약 8만명에 육박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위약금 면제를 시작했기 떄문에 전산 오류가 난 기간만큼 연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