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승기] 뒷차 클락션 울려도 STOP… '안전 제일' 현대차 로보택시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 중인 모셔널의 로보택시. 안전요원이 스티어링휠에 손을 얹지 않아도 아이오닉5가 능숙하게 차선을 변경한다. /영상=최유빈 기자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아침 공기는 유난히 매서웠다. 강한 바람에 우박까지 섞여 내리면서 예정됐던 시승 일정은 한 시간가량 늦춰졌다. 추위에 손을 비비면서도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만든 자율주행차, 그것도 실제 도심에서 타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Technical Center)에서 실제로 마주한 아이오닉5는 익숙한 차체였지만 느낌은 전혀 달랐다. 차체 곳곳에 붙은 센서들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카메라 13개, 레이더 11개, 단거리 라이다 4개, 장거리 라이다 1개. 총 29개의 센서가 차량을 둘러싸고 있었다. '양산 전기차'라기보다 실험 장비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한글로 '모셔널'이라고 적힌 프린팅이 한국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로보택시 모셔널이 출발하기 전 안전 수칙이 안내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시승차의 뒷좌석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곧바로 앞좌석 뒤에 달린 스크린이 켜졌다. '출발 준비가 되셨나요?'(Are you ready to go?)라는 문구가 나타났고 '준비 완료'(I'm ready)를 누르자 체크리스트가 이어졌다. 문이 완전히 닫혔는지, 안전벨트를 착용했는지, 스티어링휠을 만지지 말라는 안내가 나왔다. 안전밸트를 풀면 차가 멈춘다고 모셔널 관계자가 설명했다.


차가 출발하자 스크린 화면은 도로 주변 상황을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해 보여주기 시작했다. 보행자, 주변 차량, 신호등이 모두 개체로 인식돼 표시됐다. 차가 움직이자 앞쪽 디스플레이에는 '곧 어떤 행동을 할지' 주행 예고가 텍스트로 떠올랐다. 'Bermuda Road 200 ft'와 같이 향후 주행 경로가 텍스트로 표기됐고 감속, 정지, 우회전 같은 동작도 미리 고지되는 방식이었다.

[영상시승기] 뒷차 클락션 울려도 STOP… '안전 제일' 현대차 로보택시
뒷좌석에 비치된 스크린에 경로와 주행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영상=최유빈 기자


이번 시승은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를 출발해 타운스퀘어,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남단을 거쳐 만달레이 베이 호텔을 돌아오는 약 14km(40분)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차가 타운스퀘어 인근 대형 쇼핑몰로 들어서자 보행자와 횡단보도가 잦아졌고 발렛 차량이 불쑥 끼어드는 상황도 반복됐다. 차는 감속과 정지를 잦게 반복하면서도 제동이 거칠게 느껴지지 않았다.
[영상시승기] 뒷차 클락션 울려도 STOP… '안전 제일' 현대차 로보택시
로보택시 모셔널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영상=현대차그룹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남단으로 접어들자 교통량은 더 늘었으며 짧은 신호 주기와 잦은 우회전 구간이 이어졌다. 이때도 차는 신호 변경 직전 무리하게 진입하지 않고 한 박자 늦춰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만델레이 베이 인근 호텔·리조트 밀집 구간에서는 관광객이 차도로 튀어나오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됐지만 차는 사람의 움직임을 먼저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양보했다. 관광도시 한복판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염두에 둔 코스라는 설명이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로보택시 모셔널이 STOP 표지판 앞에서 정차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시내를 도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주행의 태도였다. 모셔널의 로보택시는 말 그대로 '안전하게' 움직였다. 멈춤(STOP) 사인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주변에 차량이나 보행자가 없어도 반드시 완전히 멈췄다가 출발했다. 일반 운전자라면 잠시 속도를 줄이고 지나갔을 상황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한 번은 너무 조심스럽게 움직이다 보니 뒤차가 답답했는지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운전석에는 안전요원이 타고 있었지만 비상 상황에 대비해 앉아 있을 뿐 핸들이나 페달을 조작하지 않았다. 주행에 개입하는 모습도 없었다. 차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했다.

도어 쪽에는 작은 라이트가 달려 있었다. 향후에는 이 불빛으로 승객에게 '지금 타도 되는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될 장치라고 했다. 색상별 의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모셔널 테크니컬 센터(Technical Center)에 로보택시 모셔널이 주행을 마치고 진입하고 있다. /사진=최유빈 기자


연말 상용화를 앞둔 로보택시는 주 5일, 24시간 운행하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사용자가 시동을 걸면 센서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점검하고 이상이 없을 때만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전환된다. 운행 과정은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링 된다.

모셔널의 로보택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을 강조한 점이 인상 깊었다. 시승을 마친 뒤 기자들은 이날 아침 우박과 강풍으로 일정이 지연된 배경을 묻자 로라 메이저 모셔널 최고경영자(CEO)는 "주행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라, 기상 조건을 고려해 탑승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한 결정"이라며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