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수 씨는 주말마다 서울로 가는 기러기 아빠다. 평일에는 회사 일과 가사, 육아까지 도맡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서먹해진 관계도 그가 힘든 이유 중의 하나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김낙수 씨(가명·43)는 2025년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내 굴지의 공공기관으로 경력 입사했다. 민간 기업에서 20년의 커리어를 쌓아온 그에게 '꿈의 직장'이기에 가족들도 기뻐하며 축하했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첫째와 초등학교 3학년 막내도 어느 정도 성장해서 서울 집과 차로 3시간 떨어진 혁신도시 근무는 그리 어렵지만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주 초반 주말에는 내가 서울로 두 번 가면 아내가 한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로 왔다. 혼자 거주해도 주말 가족과의 생활을 위해 방이 3개인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일도 하는 아내가 아이들과 오는 것은 점점 힘들었고 서로에게 무리한 기대라는 걸 느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갈수록 지쳐가는 아내와 관계가 서먹해진 자녀들이다. 평일 내내 회사 일과 가사, 육아를 도맡아 볼 때마다 피곤해하는 아내와, 주말에만 만나다 보니 어색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후회가 든다.

김 씨는 "요즘은 가족들을 볼 때 반가움보다 미안함이 앞선다"며 "주말 이틀 동안 불편했다가 헤어질 즈음 되어 다시 애틋한 상황이 반복되고 성장하는 자녀들을 위해 중요한 건 돈보다 정서 교류였음을 깨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신·육체적인 고통에도 '자녀 교육'만은 포기 못해

전북혁신도시는 아파트 상가가 학원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도심에도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 사진은 전북혁신도시 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사진=최성원 기자


이 같은 일상은 김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일에는 아파트 지하 5층 주차장까지 차량으로 꽉 차지만, 주말이 되면 텅 비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말마다 혁신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평일 내내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주말에는 왕복 6시간의 운전으로 고단해도 김 씨가 가족의 분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이다.

온 가족이 섣불리 서울을 떠날 수 없는 이유로 그는 사교육을 지목했다. 김 씨는 서울에서도 사교육 일번지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서 성장했고 자녀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물려주고 싶었다.


김 씨는 "직접 살아보니 계획도시인 혁신도시의 주거시설과 각종 인프라에 큰 부족함은 없다"며 "교육환경도 도심 내 초·중·고가 있고 학원가가 형성됐지만 교육의 질 면에서 망설이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생각이다. 더 먼 미래에는 교육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경쟁력 있는 학교들이 더 많이 유치되면 정착 인구가 늘고 사교육 시스템도 지금보다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혁신도시의 가족 이주율은 타 혁신도시 대비 높은 편이지만 주말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사진은 지난 5일 낮 전북혁신도시 도심. /사진=최성원 기자


높은 가족 이주율에도 주말 도심 공동화 심각

전북혁신도시는 총사업비 1조5229억원을 들여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전주시 덕진구 만성·중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원에 조성됐다. 공공기관을 포함해 272개 기업이 입주했다.

국토교통부의 2024년 혁신도시 정주여건 조사에서 만족도는 69.4점으로 10개 혁신도시 평균 수준이고 가족 동반 이주율도 79.5%로 평균(71.4%)보다 높다. 정부의 목표 인구(2만8837명)보다 많은 2만8922명(2025년 6월 기준)이 혁신도시에 거주 중임에도 김 씨처럼 고민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타 혁신도시들의 현실은 더욱 나빠 보인다.

타 혁신도시에 비해 성공했다는 평가에도 전주시의 인구 수는 혁신도시 출범 이후 감소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주시의 인구 수는 62만5437명으로 혁신도시 입주가 완료된 2017년 2월(65만2392명)보다 4.1% 감소했다.

실제 가본 전북혁신도시는 학원가가 넓게 형성됐고 학교들도 많아 타 혁신도시에 비해 나은 교육환경을 갖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주말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중심으로 교육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사교육 부문의 지방과 수도권 격차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사훈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 지원이 강화됨에 따라 지방의 학교시설과 교사들 수준이 서울보다 더 나은 곳도 많아졌다"며 "문제는 사교육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교육의 품질 문제보다 학원 셔틀버스나 하교 후 돌봄 등 육아 편의성이 도시에선 촘촘히 구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도시와 지방의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대중교통이 불편해 맞벌이 부모의 정착이 쉽지 않다"면서 "도보 통학이 가능한 학교 설립과 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