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드림밸리혁신도시는 정부의 인구계획 목표를 거의 달성했음에도 가족 동반 이주율이 매우 낮다. 주말이면 불 꺼진 유령도시가 된다. 사진은 지난 10일 토요일 밤 불이 꺼진 KTX 김천구미역 앞 상가. /사진=최성원 기자


"상가들은 주말이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평일 저녁에는 공공기관 직원들 회식 등이 있어 사람이 오는 편이다. 금요일 밤이 되면 고속철도(KTX) 역 앞은 물론 대부분의 상가들의 불이 꺼진다" - 경북 김천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 A씨


지난 10일 토요일 밤 9시 경북혁신도시가 위치한 김천 율곡동의 한 상가 거리. 거리에는 낙엽만 구르고 오가는 사람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불이 켜진 식당이 있어 들어가자 손님은 보이지 않고 빈 탁자를 닦고 있는 사장 A씨와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나라도 문을 열면 갈 데 없는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 해서 버티고 있다"며 "하루 동안 손님은 10팀 정도"라고 말했다.

3분 거리에는 문을 연 다른 식당이 있었다. 사장 B씨는 "평일과 주말 매일 24시간 영업으로 시작했지만 손님이 없어서 지금은 10시까지 장사하고 일요일은 닫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오래 장사하던 분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면서 남 일 같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의 통계에 따르면 경북혁신도시의 정주 인구는 지난해 6월 기준 2만3389명이다. 총사업비 8676억원을 투자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한국수력원자력 등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했고 128개 기업이 입주했다.

정부의 인구계획 목표(2만6715명) 대비 87.6%를 달성했지만 현실은 큰 괴리가 느껴졌다. 가족 동반 이주율은 53.7%에 불과했다. 주말이면 도시가 텅 비는 이유다.

상가 공실률 '1위'… 상권 붕괴 위기

신도시의 발전을 기대해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고 입주한 자영업자들은 하나둘 혁신도시를 떠나고 있다. 사진은 1층이 모두 공실인 경북혁신도시 상가 모습. /사진=최성원 기자


경북혁신도시는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KTX 역이 도심 내에 있다. 출범 당시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 장점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정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천구미역에서 KTX를 타면 서울역까지는 1시간30여분이 소요된다.


입주 공공기관과 기업 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산업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혁신도시 입주 기업 2047개 가운데 경북혁신도시에는 3.7%(75개)만이 유치됐다. 순위로는 강원혁신도시에 이어 9번째다.

혁신도시 조성 이후 인구 수는 반대로 감소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북도 인구 수는 250만6500명으로 경북혁신도시가 출범한 2016년(270만1100명) 대비 7.2% 줄었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김천시도 2016년 13만4900명에서 지난해 13만3700명으로 인구 수가 감소했다.
김천시는 혁신도시를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CGV가 위치한 건물 1층. /사진=최성원 기자


정주 인구 감소는 자연스레 상권 붕괴로 이어졌다. 신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며 입주한 자영업자들은 하나둘 혁신도시를 떠나고 있다.


올해로 6년째 경북혁신도시에서 거주 중인 50대 C씨는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마저 문을 닫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처음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상가들이 가득 찼다. 주말에는 외식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길에서 만난 30대 D씨도 "장사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해 결국 떠났다"며 "신도시 임대료가 인근 김천시나 구미시보다 비쌌는데 장사는 더 안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북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2.8%로 전국 혁신도시(10.5%)보다 4배 이상 높다.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북혁신도시 집합상가 공실률은 혁신도시를 통틀어 가장 높다. 전국 평균과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 1기 혁신도시와 기타 도시들도 유치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반쪽짜리 정책'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계획 인구보다 많은 상업지역이 공급되면서 공실 문제가 장기화됐다"며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국토안전교육원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업교육센터 등 유치 사업이 완료되면 유동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가 가능한 기관을 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는 경북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포항·구미·안동·경주시 등에 분산 배치 전략을 세워 균형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포항·구미시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반도체, 철강 산업의 기관들이 주요 대상이다. 동해안을 중심으로 에너지 연구기관의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이재영 김천시청 혁신도시지원 팀장은 "올해 10월쯤에 2차 이전 기관이 발표될 전망"이라면서 "입주 희망 공공기관 리스트를 작성해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반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