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흡수합병하며 물류 통합을 통한 수익 구조 혁신에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해태아이스크림 누가바와 빙그레 메로나. /사진=고현솔 기자


'아이스크림은 여름 한철'이라는 빙과업계의 한계를 극복한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낸다. 물류 통합을 통한 구조적 효율화로 계절적 한계를 넘고 업계 1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의 흡수합병을 결의해 공시했다.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는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다음달 12일 합병 승인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는 4월1일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빙그레가 공시를 통해 밝힌 합병의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다. 별도 법인 운영에 따른 중복 비용을 제거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핵심은 물류 고정비 절감이다. 빙과 산업은 제품 특성상 24시간 냉동 보관과 운송이 필수적이라 매출이 급감하는 겨울철에도 물류비와 관리비가 계속 지출되는 '고비용 구조'를 갖는다. 업계에서 "여름에 벌어 겨울을 버틴다"는 말이 관행처럼 통했던 배경이다.

빙그레는 이를 해결하고자 물류 전문 자회사 '제때'(Jette)를 중심으로 콜드체인 고도화에 나서며 효율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2024년 4분기 매출 2909억원, 영업이익 6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비수기 흑자를 달성했다. 이러한 흐름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에도 이어졌다. 빙그레는 공동 마케팅 실시, 물류 센터 및 영업소 통합 운영 등 다양한 효율화 작업을 병행해 인수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물류 효율화가 곧 '수익'으로 직결됨을 증명한 것이다.

덩치 키운 빙그레, 구조 고도화로 위기 넘는다

이번 합병은 이 성공 방식을 해태아이스크림까지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완성하려는 조치다. 이원화되어 있던 물류 거점과 영업망을 통합해 비용 낭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의 수익성 둔화 흐름도 합병을 서두른 배경이 됐다. 빙그레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했다. 국제 유가와 물류비,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환경도 불리해졌다. 빙그레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공지하는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 이후 나타날 빙과업계 판도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 규모를 합산하면 롯데웰푸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롯데웰푸드와 빙그레의 빙과 사업 누적 매출은 각각 7509억원, 5975억원이다. 여기에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을 더하면 7530억원으로 늘어나 롯데웰푸드를 앞지른다.


합병에 따른 물류·운영 구조 정비 효과가 추가로 나타난다면 빙그레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면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구조적 대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통합에 따른 매출 기반 확대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성장세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일회성 실적 개선이 아니라, 효율화 성과를 구조적으로 굳히는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수익성 방어 장치가 강화되고 통합에 따른 매출 확대 효과가 본격화되면 빙과업계 선두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