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 사랑하는 사이 됐나?"… 이 대통령 농담에 폭소 만발
이재명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김성아,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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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 어휴, 징그러워"
이재명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장내가 술렁이더니 이내 폭소가 터졌다.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유머'와 '파격'으로 점철됐다. 이 대통령은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회견 내내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국민, 취재진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주력했다.
모두발언에 앞서 홍보 영상이 끝난 뒤 정적이 흐르자 이 대통령은 "원래 저런 영상 끝나면 박수도 치고 그러는 건데, 박수쳤다 혹시 뭔 소리 들을까 싶어서 조심스러우시죠?"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풀었다.
곤란한 질문 앞에서도 '농담 정치'는 이어졌다. 청와대 참모진의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을 묻는 과정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사랑하는 사이라던데 보내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받아쳤다. 이어 배석한 강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근데 우리가 언제 사랑하는 사이로(발전했나)?"라고 반문하더니 몸서리치듯 "어휴, 징그러워"라고 덧붙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출마는) 이탈이 아니라 자기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팔짱 낀 참모들… 탈권위 청와대
이번 회견에는 '탈권위'를 내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과거처럼 대통령이 단상 위에 올라 취재진을 내려다보며 질문을 받는 방식이 아니라 취재진과 약 1.5m 안팎의 좁은 간격을 두고 마주 앉아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앞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단상을 없애고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춘 채 문답을 진행한 바 있다.
회견 내내 눈길을 끈 또 하나의 장면은 배석한 대통령실 참모들의 표정과 자세였다. 강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은 긴장된 기색 없이 미소를 머금은 채 비교적 편안한 모습으로 회견을 지켜봤다. 특히 강 실장은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는 등 한층 여유로운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견은 이 대통령을 중심에 두고 취재진이 둘러 앉아 사전 조율 없이 일문일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초 회견은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90분 일정으로 예고됐지만 실제로는 예정 시간을 81분 넘긴 낮 12시51분까지, 171분 동안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일문일답에 앞서 "오늘 90분 예정돼 있지만 여러분이 원하시면 시간은 충분히 가지겠다"며 "밤새 하기는 좀 그렇겠지만 기사 마감 시간에 불편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충분히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창구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시도도 엿보였다. 이날 회견에선 경제·문화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유튜버 2명에게도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경제·금융 분야 유튜브 채널 '어피티'와 문화·예술 분야 채널 '널 위한 문화예술'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초록 넥타이로 '통합' 강조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을 슬로건으로 내건 회견에서는 민생경제, 외교·안보·국방, 사회·문화·기타 등 3개 분야에 걸쳐 총 25개의 질문이 쏟아졌다.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과 부동산 대책,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여부, 검찰개혁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의가 잇따랐지만 이 대통령은 회피하지 않고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이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부실 검증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 시스템에 부족함이 있다는 결론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보좌관에 대한 '갑질' 여부 등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 우리가 (사전에) 알기 어렵다"며 검증의 한계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그쪽(보수) 진영에서 공천을 5번이나 받고 3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남은 의혹을 겨냥한 '2차 종합특검법'이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선거에는 봄바람조차도 영향을 미친다"며 "특검이 거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측면이든지 영향이 없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분명한 원칙은 부정부패 청산"이라며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원칙대로 엄정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되,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의 옷차림에선 '통합'과 '성장'의 메시지가 읽혔다. 진회색 정장에 짙은 초록색 넥타이를 매치해 여야 거대 양당의 상징인 '푸른색'과 '붉은색'을 의도적으로 비켜섰다. 대신 포용을 뜻하는 초록색에 미래를 상징하는 흰색 스트라이프를 더한 넥타이로 진영 논리를 넘어 국정을 아우르고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시각화했다. 동시에 초록색이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시절부터 민주당계 정당의 '적통'을 상징해 온 색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뿌리를 잊지 않되 특정 색깔론에 갇히지 않는, '패션 정치'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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