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협진


육가공식품설비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협진이 자회사인 앤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로봇 테마주로 급부상했다. 주가는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두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합병 없이 단순 사명 변경만으로 마치 로봇 업체가 우회상장한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3년간 적자를 기록하던 자회사의 인수가치를 285억원으로 과도하게 책정하고 신사업 영업이익률을 30%대로 전망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자회사 인수 후 합병 없이 사명 변경… 일반투자자, 우회상장 착각 부추겨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협진은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자회사인 앤로보틱스로 변경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사업목적에 로봇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무선통신장치 개발 등을 추가해 사업 다각화를 예고했다.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지난 8일 종가 1400원이었던 협진 주가는 9일부터 21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중 상한가를 2회 기록하며 21일 종가는 2955원을 기록했다. 약 2주 만에 주가가 111% 급등한 셈이다.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 아니어서 당국의 우회상장 심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사명 변경만으로 일반투자자들에게 마치 앤로보틱스가 상장한 것처럼 착시효과를 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조사1국 관계자는 "법적으로 상호 변경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공시 사항을 꼼꼼히 체크하고, 합병이 됐는지 인수한 회사의 실체가 좋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착시효과 우려는 이해하지만 제도적으로 풀 사안은 아니며 투자자들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협진 측도 우회상장 관련해 "자회사와 합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인수 앞두고 4분기 깜짝 흑자 전환…기업가치 '뻥튀기' 의혹도 제기

착시효과보다 더 큰 문제는 앤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의혹이다. 협진이 공개한 앤로보틱스의 외부평가확인서에 따르면, 앤로보틱스는 2025년 3분기까지 매출액 110억원, 영업손실 7억원을 기록했다. 3년째 적자를 이어온 회사였다.


그런데 4분기에만 매출액 70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이 갑자기 발생했다고 기재됐다. 3분기 동안의 매출을 단 한 분기에 쏟아부어 2025년 연간 실적을 매출 180억원, 영업이익 4억원으로 흑자 전환시킨 것이다.

협진 측은 "4분기 대량 수주가 몰리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며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특성상 4분기 물량이 대거 몰린다"고 해명했다.


외부평가확인서의 향후 전망은 더욱 공격적이다. 매출은 2026년 211억원에서 2030년 254억원까지 연평균 약 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26년 14억원에서 2030년 27억원으로, 연평균 약 20%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근거로 자회사 인수가치를 285억원으로 책정했다.

협진은 "자회사 인수 후 신사업으로 HMR(가정간편식) 관련 로봇 사업 진출을 통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숫자를 뜯어보면 비현실적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2026년 예상 매출액 211억원에서 기존 사업 매출(180억원)을 빼면, 신사업 매출은 31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영업이익은 기존 4억원에서 14억원으로 10억원 증가했다. 결국 신사업 매출 31억원에서 영업이익 10억원을 낼 것으로 전망한 셈인데 이는 영업이익률 32%에 달한다.

기존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2%(4억원/180억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처음 진출하는 신사업에서 14배 이상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형태는 다르지만 경제적 실질로 보면 과거 무자본 M&A 사례들과 유사하다"며 "이런 스킴은 작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 4분기에 갑자기 숫자를 만들어 흑자 전환시키고, 외부평가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린 뒤 사명까지 변경해 테마주로 만드는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이러한 종목의 경우 투자자들이 큰 투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협진 측은 "향후 HMR 사업 진출을 통해 외부평가 전망을 증명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