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크림은 요즘 화장품업계에서 '핫한' 제품이다. 일명 로드숍 브랜드로 불리는 저가화장품은 물론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명품화장품까지 CC크림 바람을 타고 있다. 소비자 역시 이에 열광하고 있다. 덕분에 CC크림은 어느덧 브랜드별로 수십만개씩 팔리는 대표상품이 됐다.

CC크림에서 CC란 Color Correction 또는 Color Control, Color Change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CC크림은 발림성이 얇아 화장을 한 듯 안한 듯한 '투명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또 개인의 피부색에 따라 자연스럽게 색이 변한다는 게 화장품업계의 설명이다.

류승희 기자

 
무엇보다 CC크림의 가장 큰 장점은 기초제품의 기능성이 함유된 '올인원'(All in One) 제품이라는 것. 자외선 차단기능은 물론 미백·주름 개선 기능까지 갖춰 기초화장이 필요 없이 여러가지 제품을 덧바를 필요가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명품피부를 망치는 42가지 방법>의 저자이자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 중인 최지현씨는 CC크림의 열풍이 '화장품회사의 마케팅이 빗어낸 촌극'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최씨는 "화장품업계에서는 CC크림이 BB크림보다 진화된 제품이라고 떠들지만 BB크림의 기능을 반복할 뿐 새로 탄생한 기술은 아무것도 없다"며 "CC크림은 기존의 BB크림에 기초화장 성분을 섞은 간단한 작업으로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BB크림이 착색제를 제품에 섞은 반면 CC크림은 알갱이 타입으로 피부에 접촉할 때 녹게끔 했다. 그래서 화장품업계가 '개인의 피부색에 맞게 자연스러운 변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제품의 기능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얇은 화장을 위해서는 제품도 적게 발라야 하는데, 적은 양을 발라서는 자외선 차단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자외선 차단효과를 내려면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CC크림을 발라야 한다"며 "그렇게 많이 바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투명 메이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품업체들이 CC크림만 발라도 된다고 광고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자외선 차단효과가 떨어져 소비자의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면서 "자외선 차단 크림을 꼭 따로 발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화장품업계는 왜 BB크림과 다를 바 없는 제품을 내놨을까. 이는 하나의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BB크림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않자 BB크림에 버금가는 혁신상품인 양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인기제품을 견인해야 할 후속제품이 필요한 화장품산업의 특성은 이해하지만 여성들을 너무 바보로 만든다"며 "기존 기능을 개선한 신제품 개발 없이 마케팅으로만 포장하는 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CC크림은 원래 스킨케어 중심으로 출시됐다가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커버력을 갖추게 된 제품"이라며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던 트렌드가 BB크림으로 넘어갔듯, CC크림으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