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 6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를 꼽았다. 도행역시는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도행역시는 <사기>(史記)의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등장하는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에게 한 말로, 어쩔 수 없는 처지 때문에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서양사)는 "박근혜 정부가 출현한 이후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적으로 후퇴시키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며 추천이유를 밝혔다.
최낙렬 금오공대 교수협의회장(물리학과)은 "새 정부의 일처리 방식이 유신시대를 떠올릴 정도로 정치를 후퇴시키고 있다"며 도행역시를 선택했고, 김선욱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 부녀대통령으로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과거의 답답했던 시대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정에서 민주주의의 장점보다는 권위주의적 모습이 더 많이 보인 한 해였다"고 꼬집었다.
32.7%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도행역시 다음으로는 22.5%가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는 격'이라는 뜻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을 선택했다. 정출헌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새 정부의 출범에 대한 희망을 실감하지 못한 채, 한해 내내 지루하기 그지없는 여야의 정쟁으로 일관했다"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이가난진'(以假亂眞)은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는 뜻으로 19.4%의 지지를 받았다. 재야사학자 김명수는 "한해동안 나라가 온통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사이버상에서 가짜들이 거짓말과 비방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을 우롱했다"며 "거짓이 진실을 가린 한 해였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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