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현상이 가파르다.
 
엔저 공습에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수출기업들은 연일 울상이다. 일본에 수출해도 환차익을 빼면 실제 남는 돈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자동차와 철강, IT 시장은 나은 편이다. 부품 수입가격을 낮춰 원가절감을 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건설과 관광, 화장품, 식품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류바람을 타고 일본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수출기업들을 더욱 암울하게 하는 것은 엔화 약세의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거나 내릴 때 일시적으로 시장에 단기 개입하는 정도다. 따라서 중소(수출)기업들은 정부를 원망하기보다는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냉철한 조언이다.

이에 강신원 외환은행 글로벌자문센터장과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부터 기업들이 엔저 공습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엔저 공습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강신원 외환은행 글로벌자문센터장
강신원 센터장(이하 강)=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일본은 지난해 미국처럼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서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다. 돈이 풀리면 엔화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상당기간 자국통화를 상승시킬 의도가 없다는 점이다. 엔저현상으로 일본의 기업들이 살아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특히 소비세(올해 3월 예정) 이슈도 엔저현상과 맞물린다. 소비세를 인상했다가 자칫 일본 기업이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양적완화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은 올해 1~2분기에는 1000원선에 머물다 4분기 들어 98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호 선임연구원(이하 이)=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일각에서는 원/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진다고 전망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간 950~1000원대에 머물지 않을까 분석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숫자보다는 엔화 약세의 흐름이다. 기업들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엔화 약세흐름을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기업들은 어떻게 위기에 대처해야 할까.

▶강= 삼성과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환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경제가 크게 휘청거리지 않는 것도 지금의 엔저현상을 (대기업들이) 충분히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수출)기업이다. 갑작스럽게 환율이 변동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매칭'(Matching)과 '리딩 앤 래깅'(Leading & Lagging), '상계'(Netting), '가격조정'(Pricing Policy), '자산부채종합관리'(Asset-Liability Management) 등 5가지 전략을 꼼꼼히 살펴보자.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관련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게 ▲수출기업 네고(Nego)지원 특별펀드 가입 ▲선물환 및 파생상품 거래 ▲헤지 마스터(Hedge Master) 서비스 이용 등이다.

▲이호준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환리스크 전략은 마진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 일이다. 또 글로벌 경쟁기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지금까지 에프터서비스(A/S)를 3년만 보증했다면 5년으로 연장하고 고객들의 감성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는 방식이다. 기술력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중소기업에는 리스크 관리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다. 기업에는 단기적인 환율 예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관세를 물지 않는 방법, 환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전략을 알려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높은 인건비와 전문가 대부분이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채용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정부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여의치 않는 경우라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한국무역협회 문을 두드려보자. 리스크를 극복하는 방법과 일본시장 공략 등 다양한 기업 노하우를 기업에 전수하고 있다.

- 정부가 엔저현상을 너무 방치하는 것 같은데.

▶강= 물론 정부도 깊게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태다. 환율로 인해 자칫 국가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다. 은행을 예로 들어보자. 환율이 급격한 변동을 보이면 정부의 요청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선물환 등 수수료 인하 정책 논의에 들어간다. 수수료를 인하하게 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적잖은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정부의 요청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또 중소기업의 대체판로를 확보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이= 경제는 저울과 같다. 한쪽이 기울면 한쪽은 오르기 마련이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엔저현상이 한국경제에 나쁜 영향만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핵심부품은 엄청 많다. 옛날처럼 (중국에서 수입해) 값싼 품질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따라서 급격한 변동이 아니면 정부가 (엔저현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책적으로 아쉬운 게 많다. 우리정부는 수출 잘하는 기업에게만 상을 준다. 수입을 하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최근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조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은 FTA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아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부 차원에서 FTA를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