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배수정 크디랩 대표. /사진=크디랩


"'소통'이란 건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필수 요소지만 동시에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전 직장인 화장품 회사에서도 판매원과 고객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서로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접했습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보험설계사와 고객 간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죠."


배수정 크디랩 대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람의 화법·표정 등을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교정하는 세일즈 코칭 솔루션 기업이라고 회사를 소개했다. 크디랩은 AI 기반 플랫폼인 '쏘카인드'를 통해 주로 국내 주요 보험사에 화법 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설계사의 대화 방식을 분석해 AI가 설계사 개개인의 장단점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특히 10만건 이상의 실제 상담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학습한 AI는 설계사의 언어적 요소뿐만 아니라 몸짓, 표정, 시선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배경에는 그가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낀 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다. 배 대표는 "주위를 조금만 둘러봐도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의 니즈를 채우기 위한 소통의 현장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상호 간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아 관계가 어긋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불쾌감을 느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의 비전은 판매자인 보험설계사와 소비자인 고객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 생명보험사가 설계사 교육을 위해 크디랩의 쏘카인드를 도입했다.

배 대표는 "단순히 설계사의 화법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 비언어적인 요소까지 교육하는 방식이 보험사와의 계약 체결을 이끌어냈다"며 "특히 실제 고객과 대화하는 듯한 교육과정을 도입해 설계사들이 자신감을 얻고 계약 성사율 증가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농협금융 'NH오픈비즈니스허브' 참여… "한국을 넘어 세계로"

크디랩은 지난 5월 NH농협금융지주가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인 'NH오픈비즈니스허브'에 참여했다.


NH오픈비즈니스허브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올 상반기까지 총 236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총 134건의 협업을 추진했다. 서비스·플랫폼 58개, AI·데이터 기업 38개, 애그테크·푸드·바이오 34개 등 기업이 참여했다. 누적 투자 성과 규모는 750억원이다.

허브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두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여러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별 맞춤형 역량 진단부터 협업 아이디어 발굴 워크숍, 투자·기업설명회(IR) 기회 제공, 농협 계열사 협업 연계 지원, 글로벌 진출 등 경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지원한다.

성과 공유회도 주기적으로 열어 스타트업과 농협 계열·파트너사가 한자리에 모여 협업 결과를 공유하기도 한다. 우수 기업에는 추가적인 투자로 이뤄진다. 입주 공간도 무상으로 제공해 스타트업의 부담을 덜어준다.

배 대표는 이 중 농협 계열사와의 협업 프로그램을 눈여겨봤다.

배 대표는 "해당 프로그램 지원 당시 허브에서는 NH농협손해보험 설계사의 교육을 담당할 기업을 찾고 있었다"며 "지주 측에서 설계사의 데이터를 넘겨주며 크디랩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를 바탕으로 크디랩은 현재 농협손보 설계사의 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진출도 노리고 있다.

크디랩의 또 다른 협업사는 아시아 여러 곳에 지점을 둔 메트라이프생명이다. 메트라이프 측은 현재 크디랩의 쏘카인드를 현지 보험 설계사 교육에 도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구체화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올 상반기 기준 크디랩의 쏘카인드 누적 이용객은 4만7000명이다. 연말까지 3만명의 추가 유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속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개발하며 잠재고객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배 대표는 "보험업계 등 금융권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AI로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며 "생존에 목마른 스타트업과 이들을 지원하는 금융지주와의 협업 역시 더욱 확대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